전통 복종 매출 부진 불구 아웃도어 SPA 성장세 유지
<캐주얼 남성복 여성복>

올 상반기 패션업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먹구름’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화창하게 갠 하반기 경기반등을 기대하면서도 한편 소나기와 같은 악재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역시 상반기는 몇 년째 유럽발 금융위기와 내수 침체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가 매출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변덕스런 날씨탓에 봄 장사의 정상판매 비율은 턱없이 낮아 졌고, 양산된 재고들은 행사 매대로 내몰려야만 했다. 불황의 안전지대 아웃도어도 올해만은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브랜드들이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매출상승에 총력을 기울어야만 했다.
당연히 상반기 패션업계의 최대 화두는 ‘위기극복’일 수밖에 없었다.
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캐주얼 여성복 남성복 매출 역신장 심각

지난해 국내 의류시장 규모는 32조 682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3.9%가량 성장한 33조 94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낯은 성장률을 예상한 이유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둔화의 지속과 작년 상반기 국내 의류 판매 활황이로 인한 기저 부담을 꼽았다.
예상대로 패션업계는 연초부터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신장을 거듭했다. 여기에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1, 2월의 봄 상품의 부진, 꽃샘추위 및 윤달현상으로 인한 간절기 매출의 하락 등은 업계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복종별로 살펴보면 캐주얼 시장의 위축은 구조적인 원인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다. 아웃도어의 캐주얼화와 SPA 브랜드의 저가공략으로 소비자 이탈현상이 심화되고 유통망의 입지가 낮아지면서 판매량이 20~30%이상 감소했다. 특히 매출을 이끌어가는 메가 아이템의 부재가 겹치면서 매출 부진의 현상이 가속화됐다.
여성복 역시 20~40% 까지 역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그간 매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상위 리딩 브랜드까지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장기불황을 예고해 내셔널 브랜드의 위기에 힘을 더했다. 대표적인 여성복 기업 한섬도 백화점 정상판매가 감소하고 아웃렛 판매비중이 증가하며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5%로 대폭 감소했다.
남성복 역시 마찬가지. 국내 빅 3 백화점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가두시장이 대기업과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편성되면서 중소 브랜드들의 매출 부진을 이어갔다. 정상 판매 비중이 낮고 세일 상품과 저가 기획전 상품의 판매가 높아지면서 재고소진의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부진은 유통업체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백화점의 정기세일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기현상을 낳은 것. 가두점 역시 기획상품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매출 증진에 힘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종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세일 등 행사 비중을 높이면서 작년 매출 규모에 근접할 테지만 수익률은 현저히 낮아져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시 아웃도어… 후발브랜드 약진 두드러져

업계의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 속에서도 성장률과 상승세를 이어나간 복종은 단연 아웃도어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초 아웃도어 시장규모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아웃도어는 라이프스타일을 신성장축으로 삼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타 복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50%를 넘어서면서 백화점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부 백화점은 매출 신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존’을 따로 구축하기도 했다.
브랜드별로는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 케이투 등 리딩브랜드들은 대형매장을 확대하고 별도 라인을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신수요 창출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 동안 쌓인 소비자 피로감으로 인해 매출이 주춤한 반면 블랙야크, 밀레, 아이더, 네파 등 후발 브랜드들은 50~100%의 가파른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는 다수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10~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제일모직, F&F, 패션그룹형지, 슈페리어, 아마넥스 등 다른 복종의 중점을 두고 있었던 기업들이 아웃도어 브랜드 론칭에 박차를 가하면서 줄줄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상반기 론칭한 빈폴 아웃도어, 더도어 등 대형 기업을 업고 출격한 브랜드들을 필두로 후반기 센터폴, 노티카, 노스케이프 등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시장 진입이 확정되면서 더욱 치열한 아웃도어 공방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글로벌 SPA점령에 내셔널브랜드 역습 채비

국내 패션시장을 장악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SPA 브랜드 역시 고속 성장을 이어나갔다.
지난 5월 7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자라, 유니클로, H&M 등 대표 3사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전년대비 40.6% 증가한 558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8억원에서 649억원, 순이익은 342억원에서 517억원으로 각각 51.6%, 51.2% 늘어났다. 국내 패션업계 침체에도 불구 올 해 역시 전년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정망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에 고무돼 글로벌 SPA 기업들의 국내 직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제일모직에서 전개해왔던 망고는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직접 진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전개를 이어갈 계획이고, 또한 미국의 아베크롬비, 영국의 프라이마크, 톱숍 등이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SPA 빅브랜드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SPA 브랜드들이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 역시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진을 면치 못했던 내셔널 캐주얼 브랜드가 SPA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빈폴진, 도크, 메이폴, 팀스폴햄 등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이 올 하반기 대규모 리뉴얼을 단행해 새로운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속옷 시장 역시 기존 보수적인 영업 정책 대신 새로운 유통망 구축을 위해 SPA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대형 SPA 브랜드가 패밀리 브랜드화를 선언하면서 여성, 남성, 유 아동에 이어 속옷시장 까지 잠식하면서 그간 국내 시장에서 굳게 다져온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속옷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이어오던 유통망을 과감히 타파하고 신 유통 경로로 인해 SPA 브랜드 못지않은 가격대와 과감한 트렌드 변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속옷’에서 ‘원마일웨어’로 복종을 넓히면서 신수요창출에 힘쓰고 있다. 이는 고객층을 넓히고 새로운 타깃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토종 SPA브랜드 역시 글로벌 기업에게 잠식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는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로 탄탄한 고객층 구축에 나섰고 이랜드의 미쏘 역시 유통망 확보로 인해 시장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반기 전망 - 재고관리 우수 업체 중심 반등 기대

지난해 매출 부진이 시작된 시점은 유통업체의 경우 5월부터였고, 의류업체들은 7월부터였다. 다시 말하면 올 상반기까지는 작년 실적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3분기부터는 이런 부담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패션업체들의 실적은 올 2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 회복 정도에 따라 반등 폭이 결정될 전망이다. 작년 말 생산 및 재고 관리를 짜임새 있게 한 업체들이 재무 건전성 회복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외 경제 위기를 몇 차례 겪으면서 합리적인 소비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는 만큼,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소비 패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업체들의 실속형 아이템 개발 집중현상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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