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지아 총괄임원 홍민석 전무

둔촌동 지오지아 본사에서 홍민석 전무를 만났다. 풀어헤친 셔츠와 거칠게 자란 고트(Goat)수염에 거침없는 말투는 분명 전형적인 마초였지만, 이는 형식의 틀에 구애되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치환돼 보였다. 그는 억지스런 규정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말끔한 말들로 자신과 브랜드를 꾸며내는 일에도 서툴렀다. 아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좋아하는 일을 솔직하게 즐길 줄 아는 이에게 인위적인 다듬질은 불필요한 노고에 불과해 보였다.

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 지오지아와 인연이 깊은 걸로 안다.

“1995년 지오지아의 탄생부터 함께했다. 2002년에 사업부장을 했고, 2009년까지 15년을 장기 집권했다.(웃음) 청춘을 지오지아와 함께 한 셈이다. 일반적인 패션 대기업 브랜드 사업부장의 수명이 2년 정도인 걸 감안하면 굉장히 긴 시간이다. 덕분에 비교적 이익 드라이브에만 집중하지 않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성과도 이뤄낼 수 있었다. 퇴사 후 세 개 신규브랜드 론칭을 준비했고, 지오지아의 백화점?가두점 브랜드 이원화 작업 정착을 위해 작년 9월 컴백했다.”

- 말씀하신 브랜드이원화의 계기와 진행상황이 궁금하다.

“지오지아가 사실 소비자에게 엑설런트한 브랜드는 아니지 않은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였다. 지오지아는 볼륨을 잡아주는 가두 전문브랜드로 돌아가고, 백화점은 지난 2006년 론칭한 ‘앤드지(ANDZ)’를 취지에 걸맞게 강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 일련의 작업들을 나눠서 진행했고 지난 1일 사업부를 완전히 분리했다. 앤드지는 지오지아에서 탈피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레벨업시키고 있다. 홍승완 이사의 영입도 고급화 전략의 맥락이다. 아직은 소비자에게 낯설기 때문에 지오지아 브랜드명을 맞물렸지만 1년 정도 인지기간을 거친 후 온전한 백화점 브랜드로 독립할 계획이다. 지오지아는 가두집중과 함께 ‘지바이지오지아(Z by ZIOZIA)’와 ‘지오지아블랙(ZIOZIA Black)’ 등 서브라인을 추가해 구매층과 볼륨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 새롭게 시작하는 서브라인 지바이지오지아 얘기를 해보자.

“이제 소비자들은 철저히 실용적인 선택을 한다. 당연히 가두 활성화를 위해서는 SPA와 대응할 수 있는 제품군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지바이지오지아다. 유니클로 가격대에 패션에 대한 진정성을 담았다. 디자인은 줄이고 베이직한 느낌을 강조했다. 우선 셔츠, 티셔츠, 바지 등 기본 아이템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 모델 김수현을 앞세운 9900원 티셔츠 배너가 인상적이었다.

“3만장 기획했는데 한 달 만에 80% 판매했다. 추가로 2만장 리오더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진행에 앞선 테스팅이었지만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실 처음 점주들 반응은 지오지아와 맞지 않는 다는 우려와 염려가 지배적이었다. 물론 위험도 존재하지만 그건 우리가 조정해야 할 부분이고, 오히려 정장에 고착된 무게를 벗고 캐주얼하고 가벼운 이미지 전환을 통한 새로운 고객 유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9900원 티셔츠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는 어떻게 기존 시장 잠식을 줄이고 신규고객을 확대할지 꼼꼼히 전략을 세워 진행할 단계다. 2주 후에 김수현 촬영이 예정돼 있는데, 지난번처럼 실용적인 베너플레이를 이어갈 생각이다.”

- 앞서 강조한 ‘실용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현재 패션의 화두는 단연 ‘실용성’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브랜드들이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요즘과 같은 경기상황에 실용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품질대비 가격이 최고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얼마 전 론칭한 ‘톱텐’은 유니클로보다 저가상품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반응은 내부적으로도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다. 다시 한 번 느꼈다. 폼 잡는 시대는 가고 실용성의 시대가 왔다고…”

- 이와 반대로 지오지아블랙은 고가라인으로 알고 있다.

“국내 20대 인구는 5년에 8%씩 감소하고 있고 30대도 최근 5년에 5%씩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40대, 50대는 증가추세에 있다. 당연히 이 시장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 들은 생활에 전념한 예전 우리 부모세대와 다르다. 삶을 즐기고 가꾸는 데 주저하지 않는 감성의 중년이자 경제력을 갖춘 최고의 구매계층이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는 이들이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 내가 이 나이대가 되고 보니 절감하는 바다. 그래서 방향을 ‘뉴포티를 잡아라’로 설정했다. 중년의 체형에 맞추면서 감각적인 피팅과 실루엣으로 이들이 원하는 숨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탄생한 것이 지오지아블랙이다. 지오지아의 젊은 느낌과 함께 중년층에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지바이지오지아와 지오지아블랙의 전개방향은 어떻게 되나.

“지바이지오지아는 전 매장에 들어가지만, 지오지아블랙은 18개 매장에만 들어간다. 이 라인을 모두 구성하려면 최하 50평 규모는 돼야하기 때문이다. 우선 스타매장으로 뽑은 18개 매장을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올 추동시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점주들간 구전에 가속도가 붙으면 자연스럽게 브랜드는 성장할 것이다. 아울러 낮은 효율에도 불구하고 큰 평수를 채울 수 없어 고민하던 대형매장들도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넘어 올 것으로 기대한다.”

- 브랜드 개편 성패의 분수령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간의 기후변화를 봤을 때 9월까지 더울 것으로 보이므로 본격적인 매기인 9월과 10월 성적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 늦더위까지 지바이지오지아가 베이직한 아이템으로 매출을 이끌고, 찬바람과 함께 우리의 의도대로 중장년층에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 지오지아의 향후 목표가 있다면.

“작년에 우리가 매출 1000억을 올렸다. 올해 회장님이 던져 주신 목표는 4500억이다. 하지만 기간은 정해 놓지 않으셨다. 그 말은 제대로 ‘키우라’는 메시지다. 그동안 놓쳤던 가두점을 다시 탄탄히 다지고, 성장세에 접어든 백화점 시장도 레벨업을 통해 가속도를 붙여 목표를 향에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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