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스케이프 최헌만 사업본부장


노스케이프, 노스페이스?누구라도 고개를 갸웃하거나 ‘피식’ 웃음이 나올 법하지만, 최헌만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부드럽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진지하게 ‘노스케이프(NorthCape)’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솔직히 별 것은 없다”는 진솔함과 “시간을 갖고 우리만의 정체성을 구축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사람 좋은 그의 웃음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글/사진=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 올해 추동시즌 론칭하는 브랜드 중 정통 익스트림라인에 주력하는 곳은 ‘노스케이프’가 거의 유일하다.

다들 도망가는 거다.(웃음) 주변에서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한다. 하지만 사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이 아직 실체가 없다. 그저 개념만 쫒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캐주얼은 가장 대중적이고 광범위한 복종인 동시에 가장 미묘하고 어려운 복종이기도 하다. 아웃도어 출신이 캐주얼을 만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캐주얼의 감도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아웃도어의 헤게모니는 기능성 베이스 시장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외시장에서는 이미 ‘다시 마운틴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만큼 정통 아웃도어 시장을 재주목 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기능성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의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들은 시각적 자극으로 소구하는 만큼 효과도 빠르다. 하지만 기능성은 보이지 않는 경험의 영역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구축된 신뢰관계는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다.

- 노스케이프의 포지셔닝 기간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조심스럽게 3년 내다보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노스케이프스러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다. 해외 수입브랜드들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해 고전하는 경우가 꽤 많다.

- ‘노스케이프스러움’이라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리 브랜드는 몇 가지 스토리를 담고 있다. 노르웨이, 탐험가 피어리(Peary), 개척과 도전. 이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우리만의 디자인으로 멋스럽고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오리진(Origin)의 유무가 브랜드 롱런을 결정할 것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노스케이프의 주력인 익스트림라인 ‘피어리’에는 노스케이프의 ‘N’과 피어리의 ‘P’를 형상화한 패턴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그리고 노르웨이 국기를 단순화한 배색도 노출시켰다. 별 것 아니지만 우리는 다른 제품의 무의미한 패턴과 절개와 달리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우리만의 것을 일관성을 갖고 정교화하는 디벨로핑 작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아, 이 옷은 노스케이프다”라는 인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 ‘노스페이스’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브랜드 명을 듣고 처음에 웃었다.(웃음) 하지만 브랜드에 정체성 유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가 노스페이스를 조금이라도 따라한 것이 있다면 아류라고 평을 받겠지만, 아예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전개 할 수 있다. 소비자의 동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한 문제일 뿐이다.

- 연내 70개 마장 오픈을 목표로 잡았다. 진행상황은 어떤가.

10~15명 규모의 설명회를 8번 진행했다. 100명이 넘는 분들이 참여했다. 상담에서도 호의와 적극성을 확인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계약이 확정된 건 30개 정도 된다. 지난주 ‘리테일페어’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가 예상된다. 1호 매장은 상징성을 감안해 역삼동 뱅뱅사거리 라푸마 매장 자리에 40평 규모로 직영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 아웃도어 시장으로 이야기를 확장해보자. 이 분야 전문가로서 보는 시장 전망은 어떤가.

이제 고점에 왔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4~5조대가 맥시멈이라고 봐야 한다. 한 번 더 성장할 내부동력이 소진된 상태다. 소비자 피로감도 누적됐다. 아이더, 몽벨, 블랙야크, 네파 등 후발 브랜드의 성장세가 좋지만 결국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아웃도어는 단일 스토어다. 이만큼 시장이 커 진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건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앞으로 시장은 유지 혹은 소폭 신장하는 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일부에서는 혹독한 조정기를 겪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아웃도어 사업을 떠받치는 근간은 시간과 돈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건강, 여가, 휴식같은 개인 중심적인 지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시장에 큰 쇼크는 없을 걸로 예상한다. 그리고 주 소비층인 중년층에 있어 아웃도어활동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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