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에 육박하는 이른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요즘, 봄철 간절기 의류판매가 극도로 부진했던 의류업체들이 앞 다퉈 체온을 낮춰주는 기능의 냉감소재 의류 제품을 전진배치하고 있다. 예년 보다 2주 정도 빠른 4월말부터 매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에너지절약 정책의 일환으로 ‘쿨비즈룩’ 장려와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업계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기존 스포츠웨어 뿐 아니라 신사복, 여성복, 캐주얼, 슈즈로도 출시되며 비수기인 여름철의 판매를 견인할 핫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쿨(cool)아이템’의 출시제품 현황과 트렌드를 살펴본다.

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정부 주도 쿨아이템 ‘휘들옷’
실질 매출보다 저변확대 기대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지난 5월 말 패션업계와 손잡고 패션브랜드 ‘휘들옷’을 선보였다. ‘휘들옷’은 쿨비즈의 우리말 순화어로 ‘휘몰아치는 들판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같은 옷’이란 뜻이다. 첨단소재를 사용해 일반의류보다 체온을 2~3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품평회를 거쳐 코오롱인더스트리(캠브리지멤버스), 동광인터내셔날(스위트 숲), 카루소(장광효), 한국니트산업연구원(한지로 쿨), 한국패션산업연구원(KRIFI) 등 6개 업체가 선정됐다. 이들 업체는 ‘휘들옷’을 공동브랜드로 원피스, 블라우스 등 여성복과 남성용 셔츠, 바지, 재킷 등 총 40여종을 선보였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위원들이 직접 ‘휘들옷’을 입는 등 정부도 대국민 홍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과 함께 ‘전시행정’의 비난이 일고 있으나 업계 관계자는 해당 브랜드에서 시판 중인 제품과 가격대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업계는 휘들옷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향상보다는 이슈화를 통해 쿨아이템의 저변확대와 동종 제품의 구매율 상승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경기 수원 경기도청에서는 ‘휘들옷’ 전시회가 열려 본격적인 홍보전에 돌입했다.

쿨아이템의 대표주자 ‘쿨비즈룩’
대표 남성복 브랜드 앞다퉈 출시

일본인들은 조어(造語)의 달인답게 2005년 ‘쿨비즈(cool biz)’라는 합성어를 만들어냈다. 쿨(cool)과 비즈니스(business)를 결합 쿨비즈는 발음도 쉽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 대중에게 빠르게 흡수됐고 같은 해 겨울에는 ‘웜비즈(warm biz)’까지 탄생시켰다. 쿨비즈는 한국에서도 2~3년 전 부터 여름 남성 패션의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6~8월을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는 ‘수퍼 쿨비즈’ 기간으로 정하는 등 공무원 복장 지침을 바꾸면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남도청도 동참하는 등 확산 추세에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롯데백화점 등 7개 기관·단체와 ‘쿨 비즈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도 발빠르게 쿨비즈룩 출시에 주력하고 나섰다. 매년 ‘아이스 수트’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온 코오롱 FnC는 올해도 여름을 겨냥해 ‘아이스스톰 재킷’을 전면에 내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휘들옷 상품 중 하나인 캠브리지멤버스의 아이스스톰 재킷은 어깨 부분의 패드를 없애 무게가 400그램이 안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강연된 울 소재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줘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총 18 스타일로 출시됐고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어떤 비즈니스 자리에서도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지오투’는 통기성이 좋은 매트 조직에 깔끔한 스타일을 앞세운 ‘윈도우페인 체크(windowpane check)’ 정장과 린넨/면 혼방 셔츠를, ‘맨스타’는 린넨과 더불어 대표 여름 소재인 시어서커(Seersucker)를 사용해 스포티한 스타일에 청량감을 더한 시어서커 재킷 시리즈를 출시했다.
신성통상의 지오지아(ZIOZIA)는 지난달 30일 ‘얼음 속 냉감수트 깨기’란 이색 퍼포먼스를 통해 2012년형 ‘냉감수트’의 출시를 알렸다. 유해자외선을 차단하고 통기성을 향상시켜 높은 습도나 땀에도 산뜻하고 시원한 느낌을 유지시켜주는 쿨링(Cooling)처리를 통해 자연스러운 멋과 시원함을 살릴 수 있는 냉감수트는 습도 배출력이 뛰어나고 빨리 마르기 때문에 항상 뽀송뽀송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지오지아는 냉감수트 쿨 비즈룩 출시와 함께 SNS를 통해 새 모델 김수현과 함께한 브랜드 화보를 소개하고 신제품 티셔츠를 선물로 제공하는 ‘ZIOZIA with 김수현’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바람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이스필 수트’를 출시한 지이크 파렌하이트도 쿨비즈룩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자일리톨 가공에 의한 냉감 기능으로 더운 여름에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아이스필 수트는 특수 가공에 의한 열적외선 차단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분 제어를 위해 섬유조직 최적화 기술로 제작돼 땀을 많이 흘리는 직장 남성들에게도 적합한 제품이다.
이밖에도 LG패션은 마에스트로캐주얼의 시어서커 소재 제품 비중을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늘리렸고, 제일모직도 체온을 높이는 어깨 패드 등 부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신제품을 지난해보다 2주 당겨 4월말께부터 판매하고 있다.
코오롱 FnC 양문영 차장은 쿨비즈룩 시장 전망에 대해 “아직 본격적인 구매가 이뤄지기 전이라 속단하기는 이르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달 말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이 된 상황이지만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여성복?캐주얼?스포츠,속옷 등도
기능성 제품 출시… 쿨마켓 도전

쿨 아이템은 직장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캐주얼과 스포츠, 여성복 등도 쿨아이템을 시장에 선보이고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 봄 불황의 여파를 가장 혹독하게 겪은 여성복 업계는 직장 여성들을 위한 재킷 없이 입을 수 있는 블라우스나 원피스를 비롯해 하나의 의상에 다른 느낌의 소재나 디자인이 함께 들어간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원 에벤에셀의 경우 재킷없이 입을 수 있는 여성 블라우스의 올 4~5월 매출이 지난 동기 대비 105% 이상 늘었다. 또 민소매 원피스도 80% 이상 증가했다. 예전에는 여름소재가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여겨 20~30대 여성들은 꺼렸던 게 사실이지만, 메쉬?린넨 등을 신세대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제품들이 어필에 성공하며 시장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속옷이나 캐주얼 의류에서도 기능성 냉감 소재 옷들이 인기다. 캐주얼 브랜드 베이직하우스는 냉감 소재 특수 원단인 쿨론을 적용해 자외선 차단과 땀흡수 효과를 높인 ‘쿨온라인’을 새롭게 출시했고, 잭울프스킨은 태양열을 차단하고 체온을 외부로 배출시키는 기능이 탁월한 알래스카 냉감소재를 사용한 ‘쿨링 사바나 팬츠’를 선보였다. 속옷업체들도 통풍과 흡습속건 등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 브래지어의 경우 가슴과 밀착되는 컵과 등의 끈에 시원함을 느끼는 소재인 부직포나 메시 테이프를 사용하고 있고, 하체에 땀이 많은 남성의 속옷에는 쿨맥스 소재를 사용한 드로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쌍방울은 쿨맥스 소재의 여름용 내의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만장 늘린 27만장을 시장에 내놨다.
데님도 예외는 아니다. 리바이스는 지난해 가볍고 시원한 여름청바지로 완판을 기록했던 쿨 진에 스트레치성을 강화한 2012년 신제품 ‘쿨진’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쿨맥스’를 적용해 더욱 시원한 착용감으로 무장했다.
스포츠 브랜드도 여름 운동화 수요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로스펙스의 ‘W COOL LITE’는 통풍성이 우수한 스키니 메시와 피부에 닿으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아웃라스트 소재 쿨링 인솔을 사용해 시원하고 쾌적한 착용감을 더했다. 아디다스는 아웃솔의 통풍구멍에 메시?클라이마쿨 소재를 사용한 ‘프레쉬라이드’를 출시했고 나이키의 ‘로쉬런’은 메시 갑피에 파일론 중창을 장착한 경량성 제품으로 솔라 소프트 소재의 인솔을 적용해 맨발로 신어도 발이 산뜻하도록 했다.


시어서커(Seersucker)
시어서커란 경사 방향으로 수축된 부분이 있는 평직의 면직풀을 말하며 여름에 어울리는 얇고 가벼운 무게가 특징으로 린넨과 함게 피부에 닿는 느낌이 청량한 대표적인 여름용 옷감. ‘시어서커’라는 말은 페르시아어로 밀크와 설탕을 의미하는 시오샤카(shir-o-shakar)에서 시작, 주름?오그라듦을 의미하는 시루샤카(shirushakar)라는 뜻이 인도를 거쳐 영국에 오면서 현재의 ‘시어서커’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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