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외길 니트강국 초석 다진 의류수출 거목

오늘날 대형 밴더들의 성장가도 시발점은 니트의류였다. 주력 아이템인 니트의류 수출의 질적 성장을 주도한 이가 바로 섬유수출의 산증인 최신물산 현희헌(79) 회장이다.

서울공대 섬유공학과에서 염색을 전공한 그는 1959년 대학을 졸업한 후 동아염직과 대광염직, 대권염직을 거치며 18년간 염색은 물론 방직, 재직 등 섬유 전 분야에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그리고 최원갑 회장과 신동환 회장 등 무역의 대가들과 함께 1975년 의기투합해 니트의류 수출 전문기업 최신물산을 설립했다. 생산전문가인 현 회장은 이들과 환상의 조합을 이뤄 최신물산을 외형보다 내실위주의 튼튼한 강소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현 회장이 이끈 최신물산은 수출니트류의 고급화를 선도해 세계적 전문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다. 창업 당시 현 회장은 세계 패션 트렌드가 니트의류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과감하게 니트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니트의류 중에서도 고부가가치의 고급, 고가화 제품을 집중 공략했다. 국내 업계에 벨로아 부문이 전무하던 시절 최신물산은 벨로아 원단을 개발해 미국 백화점에 공급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벨로아 원단의 품질은 섬유 최강국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수입을 원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는 그의 원칙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이는 대형 섬유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바이어의 선택을 받는 데 효과적인 무기로 작용했다. 랄프로렌의 사장이 직접 방문해 제품을 확인 후 치열한 오더 경쟁업체들 중 최신물산을 선택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주력 분야도 벨로아에서 모달, 텐셀과 고급코튼 소재 비중이 월등히 높아 졌지만, 현 회장의 경영철학만큼은 굳건히 최신물산 운영의 바탕이 되고 있다. 바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한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 유치전략이다. 그는 오더와 동시에 생산, 수출 과정이 분초를 다툴 만큼 국내 최고의 순발력을 갖추도록 최신물산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원동력으로 한 해 천 단위에서 백 단위의 소량 오더에 2000여종이 넘는 스타일을 생산해 내고 있다. 덕분에 최신물산은 수출외형은 전체 7~8위권이지만 이익률은 가장 높은 건실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작년 1억 5000만달러 규모를 수출했고, 올해는 당초 2억달러를 목표로 했으나 세계 경기 불황에 다소 못 미칠 전망이다. 다행히 미국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제 산수(傘壽)의 나이를 눈앞에 둔 그지만 아직도 회사에 상근하며 섬유산업의 산증인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현 회장은 5억달러를 2020년을 수출 목표로 잡았다. 노장의 쉼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