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가업 이은 탁월한 경영능력 ‘네파’ 신화창조

최근 패션업계 화두는 단연 SPA와 아웃도어다. 특히 아웃도어는 올해 시장 규모가 5조원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05년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평안엘앤씨의 ‘네파’의 성장은 괄목할 만 했다.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 등 대표브랜드들 사이에서 네파는 지난해 2500억원 매출로 아웃도어 브랜드 중 5위를 차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과감하게 이탈리아 브랜드 네파를 인수한 이가 바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평안엘앤씨 김형섭(50) 대표이다. 50대 이상 장년층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독립문 메리야스’를 만들던 평안섬유가 바로 평안엘앤씨의 전신. 평안엘앤씨는 41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PAT 캐주얼에서 부터 엘르골프, 네파 등을 전개하는 중견 패션 전문기업이다.

김 대표는 미국 길퍼드칼리지(매니지먼트 전공)와 밴더빌트대학에서 MBA를 마쳤고 일본 와사다대학교에서 경영대학원 연수를 마친 후 1989년 입사해 2000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할아버지 고 김항복 창업주와 부친인 김세훈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인으로 전면에 나섰다.

해외 경험이 많은 데다 매주 암벽 등반을 즐길 정도로 아웃도어 마니아인 김 대표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아웃도어 브랜드에 익숙했고,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과 의지로 네파를 시장에 출시했다. 평생 캐주얼 브랜드만 운영한 탓에 아웃도어 상품기획과 마케팅에 미숙해 첫 2년간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품질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전문 산악인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전개한 시험 마케팅(Test Marketing)을 통해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김 대표는 제 2의 도약을 위해 아이돌그룹 2PM을 전면에 내세우고 노스페이스가 독점하고 있는 젊은 고객층 집중공략에 나서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고 네파 성공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네파는 아웃도어 패션의 라이프스타일 전환의 시발점이자 ‘노스페이스=교복’등식을 깬 첫 브랜드가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당장 매출이나 이익보다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유년시절 회사의 승승장구부터 법정관리까지 흥망성쇠를 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체득한 경영 노하우이다.
“항상 신중한 태도로 견실하게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친의 가르침에 따라 계단을 오르듯 평안엘앤씨를 한 단계씩 착실하고 견고하게 다져 나가고 있다.

올해 회사를 맡은 지 12년이 된 그는 평소 “선대에서 회사를 만들어 기반을 닦고 사업을 확장해 온 만큼 3세 경영인으로서 기업이 200년, 300년이 지나도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일궈나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할 만큼 심지 굳은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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