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토탈패션센터 이부경 센터장

영세 구두·가방제조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성수동에서는 2010년부터 ‘오픈하우스위크(Open House Week)’라는 바잉쇼가 열리고 있다. 언듯 공장촌과는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기도 하다. 물론 세계3대 패션위크같은 대형 바잉쇼에 비할 바 없이 작고 열악하지만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등지서 방문한 바이어들과 구매상담, 생산발주 등 제법 깊이있는 교류 성과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기술력은 있으나 판로개척과 마케팅 여력이 전무한 성수동 일대 업체들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인 셈이다. 올 봄에도 회색빛 공장촌에 작은 기적들이 이어질 네 번째 오픈하우스위크가 예정되어 있다. 이 아름다운 희망나눔의 단비를 준비 중인 이가 바로 성동토탈패션지원센터 이부경(60) 센터장이다. 햇살 좋았던 지난 17일 오후 성수동 센터에서 그녀를 만났다.
글?사진=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 성동토탈패션센터가 벌써 3년째다.
2009년 11월에 개관했으니 벌써 그렇게 됐다. 매일 야근까지 하며 지내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만큼 참 빠르다.(웃음) 그간 성수동 일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피혁제품 제조 근로자들을 만나고 이해하며,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 센터의 주요업무는 무엇인가.
성수동 일대 구두가방 제조업체 대다수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업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판로개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센터의 주요 업무다. 이를테면 생산기반이 취약한 신진 유망 디자이너와 디자인 인력이 부족한 생산기업을 연결해주기도 하고, 바잉쇼나 쇼룸 비즈니스를 통해 일감을 소개하고 판로를 개척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업무환경 개선, 기술자 교육, 창업 교육, 정책자금 지원 안내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환경개선지원사업’의 경우 열악한 작업장에 환풍기, 작업대, 배선, 조명 등을 교체해 주고 있는데 작년에 20개 업체가 지원을 받았고 올해는 28개 업체를 선정해 진행할 예정이다.

- 성수동 일대 업체들 현황은 어떤가.
이 일대 피혁 업체 수는 들쑥날쑥하다. 어느 매체에서는 350개라고도 하고 어떤 분은 1500개가 넘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웃음) 실제 성동구청에 사업자가 등록이 된 업체 수는 200여 개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행사나 사업이 있어서 우편 발송을 하면 그 중 100개는 다시 돌아온다.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폐업하는 곳도 많을뿐더러 신용불량인 곳도 많다. 손에 물집 잡히고 본드냄새 맡아가며 신발 1족 만들어야 1만2천원 밖에 받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현실이다.

- 그 분들이 실제 센터 이용을 많이 하나.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었으나 홍보도 됐고 입소문도 나면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 수주박람회인 ‘오픈하우스위크’가 5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열린다고 들었다.
사실 이곳의 기술력은 명품 브랜드 바이어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판로 개척이나 디자인, 마케팅 등의 부재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계획된 행사가 수주박람회인 ‘오픈하우스위크'다. 이번이 네 번째다. 2010년에 처음 열렸고, 2011년 봄, 가을에 한 번씩 열렸었다. 예전에는 쇼룸이 작아서 세미나 룸에서 진행했으나 올해부터는 새롭게 리뉴얼한 쇼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2013 S/S 제품을 선보이는 이번 행사의 테마는 핑크존과 그린존으로 정했다. 제품을 두 가지 트렌드별로 나눠 전시하게 된다. 올해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총 20개 토탈패션업체가 참가하고 100여개 업체를 초대했다. 수주박람회인 만큼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등지서 예전보다 많은 바이어들이 찾을 예정이다.

- 예전 오픈하우스위크 성과는 어땠나.
정확한 금액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건수로 집계를 했는데, 1회부터 꾸준히 샘플오더 5~6건, 실제 오더도 5~6건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수주박람회 이후에 거래가 지속돼 계약이 성사된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그렇게 일본 이세탄 백화점이나 홍콩 업체에 수출도 하기도 했다. 최고의 기술력에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 바이어들의 반응이 여느 대형 행사 못지않다.

- 센터 내 쇼룸과 인터넷 쇼핑몰(shoenbag.com)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쇼룸에 와서 제품을 구매하는 분들도 꽤 계신다. 하지만 판매보다는 패션업체에서 방문해 쇼룸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업체와 B2B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의 역할도 역시 판매보다는 바이어와 업체를 연결해주는 쇼룸 비즈니스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쇼핑몰은 매출이 거의 없지만, 제품을 정보를 꼼꼼히 확인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전자 카탈로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덕분에 오프라인쪽에서 매출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원래 IT전문가이자 산업공학 박사인 걸로 안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마쯔시다에서 근무하다 90년대 돌아와 POS시스템, 일명 바코드를 한국에 소개했다. 그러다 한국패션협회 이사로 정책자문위원을 하면서 이곳 성동 토털패션 지원센터장을 맡게 됐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두 분야이지만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과 구두와 가방을 만들고 파는 일 모두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트렌드에 맞춰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하는 본질은 같다고 본다. 차이가 있다면 단지 서포터즈 수준의 IT와는 달리 패션은 시간을 1~2년 앞서가는 창조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이다.

- 센터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그간 해왔던 지원·교육사업 외에 IT와 패션을 융합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창고관리, 재고관리 등 내가 그간 진행했던 솔루션들은 리테일러들이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리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새로운 신제품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 데이터들을 끄집어내 분석하고 가치있는 정보로 만들어 제공한다면 패션산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열쇄 - 성동토탈패션지원센터
성동토탈패션지원센터는 서울시가 지원하고 한국패션협회가 위탁운영 하는 공간으로 2009년 11월에 개관했다. 센터를 중심으로 토털패션 거점업체들의 마케팅 지원과 판로개척을 위하여 쇼룸 및 직영매장과 인터넷 쇼핑몰 을 운영하고 있으며, 생산에서 유통까지 완결형 원스톱 지원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성수동 일대 해당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요 사업 내용
-SSTF 최고 경영자 과정 진행 (연2회)
-수주박람회(Open House Week) 개최 (연2회)
-인터넷 쇼핑몰 운영(Shoenbag.com)
-쇼룸 및 직영매장 운영 - 바이어상담실 항시 운영
-현장기술인력 재교육 사업
-작업환경개선지원 사업
-거점업체육성계획 사업
-창업보육컨설팅 교육
-피혁패션 전문인력 양성교육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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