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본지 발행인 조영일

초대석, 올해 대형밴더 중 신장률 1위 벼르는 광림통상(주) 윤광호 회장
-작년 의류수출 2억불 초과 올 목표 3.1억불 50%신장 낙관
-최신ㆍ군자 거쳐 올해로 창업 24년, 입지전적인 성공신화 화제
-원사, 원단소재개발, 컬러, 디자인 지금도 직접 챙긴 전문가
-니트의류 이어 우븐진출, 미국 대형스토어 직거래체제 적중
-2015년 대망의 5억불 수출목표 아동복 세계적인 자체브랜드 은행권 아직도 섬유산업지원 내규로 기피 잘못된 대못 하루속히 뽑혀야

우리나라보다 시장규모가 16배나 더 큰 미국의 연간 의류수입 규모는 자그마치 900억달러에 달한다. 이중 한국산 의류는 불과 9억달러로 중국ㆍ인도ㆍ베트남ㆍ멕시코는 물론 캄보디아에도 뒤진 꼴지 수준이다.

그러나 아시아와 중남미 각국에 대규모 소싱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의류수출밴더들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의류공급자의 큰 손이다. 세아상역ㆍ한세실업ㆍ한솔섬유를 중심으로 한 ‘빅3’를 비롯 랭킹 10위권 회사들이 연간 최고 13억달러에서 작게는 1억달러 규모를 미국의 의류유통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비록 소싱기지는 해외에 있지만 아직도 원부재 상당부문을 국산으로 사용하고 있어 연관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의류수출 단일 품목으로 연간 1억달러에서 13억달러를 수출한다는 것은 기업마다 1년에 서울 남산만한 부피의 의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세아ㆍ한세ㆍ한솔에 이어 ‘더 크게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한 5~6위권 밴더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이 대열에서 우뚝 솟은 기업이 바로 광림통상주식회사다. 지난해 의류수출이 자그마치 2억 1000만달러로 ‘빅3’의 뒤를 이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올해도 자그마치 작년보다 무려 50%나 신장시킨 3억 1500만달러를 목표로 연초부터 전 임직원이 25시를 뛰며 거침없이 하이킥하고 있다.

때마침 창업 24년을 맞아 연간 수출 3억달러를 돌파하는 자수성가형 광림의 성공신화에 섬유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언젠가 한국의 간판밴더를 표방하며 불굴의 의지로 창업해 난공불락의 대형밴더로 우뚝 선 윤광호(61) 광림통상(주)회장을 본지 조영일 발행인이 지난 1일 강동구 암사동 광림본사 사옥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20여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스웨터와 니트수출 간판기업의 하나였던 전 군자산업 간부로 재임할 때 뵙고 처음인 것 같습니다. 흰머리가 늘었을 뿐 얼굴은 거의 그대로이시네요.
“군자산업 영업부장을 떠난지 벌써 올해로 24년째입니다. 88년 말이었으니까요. 군자산업에서 만 8년간 근무했는데 그 당시에 조사장님 자주 뵈었지요. 세월이 참 빠르지요”(웃음)

-군자산업의 고도성장을 주도한 핵심멤버이었으니까 제가 기억하죠. 저와 각별히 지낸 안호준 사장님이 당시 탁월한 능력가라고 칭찬이 자자한 걸 들었어요. 대학졸업 후 군자가 첫 직장은 아니었지요?
“원래 시작은 정통 고급니트의류 기업인 최신물산에서 일을 배웠어요. 최신에서 만 4년간 생산관리, 영업을 하다가 군자로 옮긴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기업경영하면서 별 실수 없이 오늘에 이른 것은 소가 밟아도 끄떡없이 차돌처럼 강한 최신과 군자에서 배우고 익힌 생산관리와 영업전반에 걸친 혹독한 현장경험이 큰 보약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광림이 이른바 ‘빅3’의 뒤를 이어 일취월장한데 대해 축하드립니다. 더욱이 새해 들어 사장에서 회장으로 직함이 바뀌어 또 한 번 축하드리고요.(웃음)
“부끄럽습니다. 섬유의류 수출에 몸 담은지 35년입니다. 그저 한 눈 팔지 않고 앞만 보고 한 우물을 판 결과라고 봅니다. 아직도 저는 배가 고픕니다. 더 키워야죠. 다만 외형만 쫒다 실수하는 모래성경영은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기본 철학입니다. 내실 있게 더 키울 겁니다. 회장이라고 해서 사장 때와 뭐 달라진 것이 있겠습니까. 작년 말 2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새해 경영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회사의 위상에 맞게 회장으로 추대하자는 의견을 수용한 것입니다. 처음엔 회장 칭호가 좀 부담스럽더니 한 달쯤 지나니까 익숙해졌네요…”(웃음)

-지난해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함께 미국경기가 침체돼 의류소매경기가 좋지 않았는데 어떻게 2억달러 돌파의 금자탑을 세웠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았고 미국 또한 어려웠지요. 그러나 작년에 우리나라 의류수출업체들이 외형이 늘어난 것은 원자재 파동이 큰 동인이라고 봅니다. 실제 작년에 수량이 늘어난 회사는 별로 없었어요. 원자재가격이 오르니까 바이어들이 오더를 서둘렀고 단가인상으로 FOB외형이 늘어난 경우이지요. 원자재가격이 폭등하고 다시 폭락하는 과정에서 밴더를 비롯 모든 의류수출업체들이 내용면에서 많이 빈약했다고 봅니다. 그런 와중에서 저희는 외형 못지않게 내용이 괜찮았다는 실적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광림의 주 시장은 경기가 어렵다는 미국 아닙니까. 어려운 시장에서 고도성장을 이룩한데는 특별한 비결이 있을 텐데요.
“저희는 아시다시피 미국시장이 전부입니다. ‘타켓’과 ‘콜스’가 저희의 메인 거래선이죠. 바로 저희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 전략입니다. 지금도 회장인 제 자신이 원사개발과 원단개발, 컬러, 디자인개발을 일일이 체크하고 진두지휘합니다. 몸체 큰 대형회사들이 하기 어려운 소재 개발과 디자인 개발에서 저희만큼 순발력이 강한 회사는 많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이 같은 저희의 강점을 바이어들이 인정하고 거래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2010년에 1억 5000만달러를 수출했는데 작년에 2억 1000만달러를 달성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올해 목표는 3억 1000만달러로 무려 50%나 상향하고 있습니다. 2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점프하는 것은 1천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로 올리는 100%신장과는 차원이 다른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우리가 올해 목표를 작년보다 50%나 늘린다고 하니까 동종업계에서도 의아하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밴더업계의 선두주자인 세아ㆍ한세ㆍ한솔 등 ‘빅3’의 올해 증액규모가 모두 7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분들이 가공숫자를 제시했겠습니까. 그 나름대로 계획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죠. 얘기가 장황했지만 저희 역시 올 목표 3억 1000만달러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낙관합니다.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죠.”

-기존 거래선과 그 만큼 물량을 늘린다는 얘기인가요.
“공개적으로 밝힐 내용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기존 거래선인 에이전트를 통한 외형확대는 한계점에 와있습니다. 바이어들이 거래하는 밴더가 한 두 곳인가요. 이리저리 나눠주고 밴더끼리도 더 받기위한 치열한 가격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외형확대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에이전트 거래는 그대로 적극 유지하되 대형백화점이나 스토어바이어들과 직거래를 본격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의 주종 아이템이 니트의류입니다만 우븐파트를 신설했어요. 출발이 좋았습니다. 또 기존 바이어 외에 여기에 아주 유력한 신규바이어를 발굴해 성공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름 많이 들으셨지요? 교포 바이어인 ‘포에버21’이라고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작년에 첫 거래에서 저희는 무려 2000만달러를 성사시켰습니다. ‘빅3’도 엄두를 못낸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킨 저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입니다.”

-패션유통의 신화적인 분 아닙니까. 남편과 공동창업자인 장진숙회장이 이끄는 그‘포에버21’맞지요?
“그렇습니다. 작년에 저희가 미국 LA현지법인을 통해 첫 거래를 시작했는데 미국 내 전 매장에서 제품이 동나 작게는 97% 많게는 100%소진됐어요. 소재와 디자인, 컬러 전 분야에서 미국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입니다. 지난해 스티브잡스가 사망한 이틀 후엔가 미국에서 장회장을 만났더니 “광림이 의류패션기업의 애플”이라고 극찬을 하더라구요. 올해부터는 거래량을 몇배 늘리겠다고 약속하면서 현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백그라운드가 올해 저희가 1억달러를 늘리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봅니다.”

-‘포에버21’ 얘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포브스 발표를 보면 미국 내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여성 6인중 1명이고 남편 장도원씨와 함께 미국 내 부자순위 187위라고 들었습니다.
“재력도 대단합니다. 전 세계에 매장수가 500여개이고 종업원이 4만명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인재산도 25억달러에 달한데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중 39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포에버21’매장이 명동과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으니까요. 저희와는 작년에 거래를 시작해 상품판매가 대히트를 치면서 신뢰관계가 매우 두터워졌지요. 일부에서는 혹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직접 거래하고 보니 결제조건이나 가격네고 모든 면에서 그토록 신사적일 수 없어요. 상호신뢰 아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포에버21’이 그토록 큰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음에도 교포기업이란 점에서 금융권의 지원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렇습니다. ‘포에버21’의 연간 매출이 35억달러에 달합니다. 회사 재무구조도 탄탄하고 오더의 재력도 막강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수출보험공사(현 무역보험공사)는 네고보증을 안해 줍니다. 단지 한국교포라는 사실 때문이지요. 참으로 소가 웃을 일입니다.”…(웃음)

-말씀을 듣고 보니 올해 1억달러 50% 신장의 신화창조가 가시화 되군요. 내년 이후에도 고공행진 전략을 계속 강화할 방침입니까.
“올 한해 저희회사 1억달러 증액은 대단한 도약이라고 봅니다. 3억달러 달성이후 부터는 조정기를 거쳐 내년부터 2년간은 연간 5000만달러 정도씩 늘릴 것입니다. 그리고 2015년에 저희가 목표한 대망의 5억달러 달성을 실현할 계획입니다.”

-생산기지는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저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지에 저희 자가 공정이 있지요. 필리핀과 방글라데시에도 이미 공장을 신설해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갑니다.
현재 돌아가는 자체공장은 종업원 8000여명 규모의 122개 라인이지만 해외에 있는 100여개 협력공장들을 잘 활용하고 있어요. 또 상황을 봐서 미얀마와 아이티지역도 진출을 검토할 겁니다.”

-우리 밴더들의 대형화 경쟁이 시장석권을 위한 순기능도 크지만 지나친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살깎기 역기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지금도 미국의 의류판매 가격은 30년 전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이런 가격구조 하에서 밴더들이 채산을 맞춰 성장을 유지한 다는 것은 대형화를 통한 생산성으로 커버하는 것이 정석이겠지요.
그러나 피스당 5달러짜리 셔츠오더를 놓고 바이어가 경쟁을 붙여 A사는 4달러 80, B사는 4달러 50, C사는 4달러 하는 식으로 제살깎기 경쟁을 합니다. 이 같은 과당경쟁은 바이어의 농간도 있지만 지나친 생산캐퍼 확대에 따른 공장가동용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100개 라인을 증설하면 캐퍼가 자그마치 1억달러 규모입니다. 1년에 수백개 라인을 경쟁적으로 서로 건설하다보니 공장가동을 위해 과당경쟁을 벌여 속빈강정이 된 것입니다. 대형밴더들이 시장규모에 맞게 증설을 해야지 자기만 살겠다고 무차별 증설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경기가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될까요.
“제가 보기에는 쉽게 회복이 어려울 겁니다. 적어도 3년간은 불황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지요. 다만 국제 원면가격 동향을 볼 때 2010년 하반기 후반부터 작년 1분기까지 요동치던 원자재 파동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바이어들은 원면가격이 내리니 가격 더 깎으라고 아우성입니다.”

-우문일지 몰라도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릴 방법은 없는지요.
“저희는 그래도 국내 생산 비중이 30%를 웃돕니다. 대형밴더 중에서 저희만큼 국내 생산 비중이 큰 기업은 없습니다. 물론 저희도 가급적 국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만 임금구조나 사람이 없는 생산현장의 애로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정책당국이 제대로 파악해서 국내 제조업이 생성될 수 있는 기반구축이 발등의 불이라고 봅니다.”

-한동안 키코 덫에 걸려 고전했던 걸로 들었습니다. 기업경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나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사실 부분적으로 키코 때문에 좀 고생을 했지요. 냉정히 따져 법적으로 따지면 저희가 피해를 입을 사항이 아니었어요. 제가 해외출장 중에 은행 측에서 찾아와 달콤하게 얘기하니까 우리 임원이 덥석 수락했어요. 대표이사인 제가 직접 싸인하거나 수락한 것도 아니고요. 나중에 알고 원점으로 돌리려고 했더니 이미 결제가 끝나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거래 은행과 소송할 수도 없고 해서 억울하게 당했는데 작년부터 완전 벗어나 저희가 허리를 펴게 된 것입니다.…(웃음)

-기업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금융권과의 협조는 잘되고 있습니까.
“그게 가장 큰 애로입니다. 저희가 올해도 무려 1억달러나 외형을 확대하려면 그만큼 자금 수요도 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은행은 아직도 섬유산업에 대한 시각이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보다는 다소 달라졌다고 하지만 심사과정에서 섬유산업을 내규로 통제하고 있어요. 제가 은행사람들에게 항의합니다. “광림역사 24년 동안 단 한차례 연체가 있었는가?” “또 단 한차례 적금불입을 지체한 일이 있는가?” 이 같이 우량거래선이야 말로 “은행으로서는 최고의 고객인데 확실한 수출규모 확대에도 지원을 거부하느냐”고 어필해도 개선이 안되고 있어요. 기업성장에 발목 잡는 이런 잘못된 대못을 빨리 뽑아야 된다고 봅니다.”

-끝으로 신규 사업이나 사업구조 변경 구상이 있다면.
“35년을 의류수출산업으로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한 눈팔지 않고 고집스럽게 외길인생을 살 것입니다. 수출이건 내수이건 의류패션산업은 변함없는 성장동력이기 때문이죠. 다만 지금의 OEM이나 ODM수출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자가 브랜드를 개발해 미국의 대형 고급백화점과 직거래체제를 준비하고 있지요. 저희는 아동복 비중이 큰 회사입니다. 아동복분야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먼저 만들 복안입니다. 또 이미 부분적으로 착수했습니다만 앞으로 내수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오랜시간 감사합니다. 더욱 일취월장 하십시오.
<사진 원유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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