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만으론 승산 없습니다.” 단호한 대답에 당황했다. 메이폴의 2012년 ‘스마트 프라이스(Smart Price)’ 정책에 대한 질문을 던진 참이었다. “어떻게 가격만으로 글로벌 SPA브랜드들과 경쟁합니까? 기자님은 가격만 보고 옷을 사시나요?”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었다. 기나긴 침체기를 거쳐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롭게 태어나는 ‘메이폴(May Pole)’에 ‘단 하나의 전략’은 없었다. 브랜드에 생명과 영감을 주는 ‘모든 것’이 있을 뿐.
눈발이 세차게 흩날리는 1월의 마지막 날 오후, 메이폴 이야기와 함께 삼성역 사거리는 새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강진용 기자 kang@itnk.co.kr

- 메이폴, 참 익숙한 브랜드다.
메이폴은 92년에 론칭한 브랜드다. 올해로 20주년이 된다. 당시 유사한 콘셉트로 출발한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명멸하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일부에서는 메이폴을 고집하기 보다는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혹독한 침체기를 겪은 메이폴은 주요 타깃층인 10대와 20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다. 단단해진 생명력에 올드한 느낌 없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이유다.

- 새롭게 진행하는 ‘스마트 프라이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스마트 프라이스는 봄 신상품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대를 30%에서 50%까지 큰 폭으로 인하하는 정책이다. 일시적인 할인이 아닌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메이폴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는 국내 시장에 진출해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 제품의 가격대와 같거나 일부 아이템의 경우 더 낮은 수준이다.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패션상품의 디자인, 품질과 함께 가격을 중시하는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가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거품을 뺀 합리적 가격대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그 간 너무 비쌌던 게 아닌가.
맞다. 합리적인 가격의 메이저 브랜드에 비해 작은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이 더 비쌌다. 어쩔 수 없었다. 가격을 인하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대기업만큼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폴도 세아상역이 지난해 10월 인수하기 그 전까지는 마찬가지였다.

- 구체적인 가격 변화는 어떤가.
집업 후드티는 6만98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크루넥 티셔츠는 3만98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솔리드 셔츠는 5만 98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각각 내린다.

- 가격을 낮추고 채산성과 퀄리티 유지가 동시에 가능한가.
패션 비즈니스는 본질적 가치와 비본질적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핵심이라고 본다. 본질적 가치는 제품, 품질, 가격과 같이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것이고 비본질적 가치는 마케팅이라던가 브랜드 정체정과 같은 비물리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른 브랜드들은 후자에 치중해야 옳으나 메이폴과 같은 중저가 캐주얼들은 비본질적 가치에 앞서 본질적 가치에 경쟁력을 갖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소싱경쟁력을 갖춘 세아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 졌다. 세아는 전 세계에서 니트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회사다. 현재 미국 내 주유 유통업체인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 콜스(Kohl`s), JCPenny 등을 비롯해 갭(Gap), 올드 네이비(Old Navy), 애버크롬비 앤 피치(A&F), 자라(Zara), H&M, Forever21 등의 유명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당연히 고품질 저가생산에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견고한 세아의 수출 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 달라진 품질은 어떻게 확인 할 수 있나.
가격은 저렴해지고, 원단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품질은 봉제 쪽 보다는 원단에서 확인해야 한다.
메이폴은 해외수출 기준의 원단을 사용한다. 물론 국내원단도 좋고 퀄리티도 좋지만 해외 원단은 좀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간 빳빳하고 각이 나오는 원단을 선호한다면 외국인들은 아주 부드러운 터치감을 선호한다. 예전 메이폴은 원가 절감을 위해 워싱을 하지 못했다. 이는 다른 캐주얼 브랜드들 모두 마찬가지다. 살짝 워싱을 했을 때 터치감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종전의 메이폴이 중저가 캐주얼의 디자인이었다면 지금은 세아 대표이사 직속 팀에 있는 R&D팀이 투입되어 디자인, 컬러, 그래픽 모든 기능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제품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17년 동안 패션 쪽 일을 했지만 이렇게 옷 만드는 건 나도 처음이다.

- 세아의 지원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메이폴에 대해서는 사장님의 의욕이 대단하시다. 사업부장으로 있지만 사장님이 나보다 앞서 진두지휘하실 정도이다. 옷을 만드는 일 뿐 아니라 마케팅과 홍보 등 모든 부분을 본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메이폴이 독립법인으로 되어 있지만 사장님 직속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절대적 지원이다.

- 메이폴은 SPA인가.
현재까지는 SPA가 아니다. SPA의 정의가 직접 만들어서 직접 파는 건데, 지금 우리는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까지는 SPA가 아니지만 메이폴이 종국에 가야할 길은 SPA이다. 지금은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제품을 파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판매망을 구축한다는 뜻은 매장을 대형화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매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만큼 매출을 올리겠다는 얘기고, SPA브랜드라면 매장이 고객을 담아낼 수 있는 일정규모가 돼야만 매출이 따라온다. 하지만 우리가 구상하는 한국형 SPA는 100% 본사 직영이 아닌 중간관리 형태와 혼합한 방식이다. 20여개의 핵심 상권은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그 외의 지역 상권은 현재의 지역 메이폴 매장 보다는 업그레이드 된 중간 관리 형태로 가는 것이다.

- 여름시즌 디자인 콘셉트를 완전히 바꾼다던데
큰 변화는 유러피언 캐주얼에서 아메리칸 캐주얼로의 이동이다. 이는 사내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쉽게 표현하면 빅포니가 박힌 폴로 PK티셔츠가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면, 작은 라코스테 로고가 붙은 PK티셔츠는 유러피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원단과 테일러링이 강조된 유러피언이 더 고차원적이라 할 수 있지만 경쟁우위가 없는 브랜드들에게는 로고플레이라던가 아플리케 등을 활용한 아메리칸이 더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렇다 보니 대세인 아메리칸 콘셉트 대신 품질은 떨어진 채 유러피언 흉내만 내게 되고,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국내 중저가 캐주얼의 현실이다.
메이폴은 아메리칸 캐주얼이 가능해 졌다. 세아의 주 바이어는 미국시장이고 미국 시장을 상대로 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의 트렌드도 정확히 꿰고 있다. 미국의 다음 시즌을 현지 보다 빠르게 파악할 정도다. 미국과 동시간 출시가 가능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한 시즌 앞선 아이템에 시장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패션인에게 그런 기대감은 즐거운 일이다.

- 변화하는 메이폴이 기대된다.
메이폴은 뼛속까지 DNA를 바꾸고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제는 웃을 일만 남았다. 한국형 SPA로 우뚝 설 메이폴을 지켜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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