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표돼도 판매가 인하 계획 없다” 한 목소리
루이비통 샤넬 디올 등 명품 판매가 오히려 20% 일제히 인상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수입 명품 패션 기업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내달 1일부터 한-EU FTA 비준안이 정식 발효되지만, 수입 관세가 가장 높은 유럽 명품 브랜드는 판매가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리겠다고 밝히고 있어 소비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특히 최근 수입 패션 브랜드들은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앞서 일제히 판매가격을 최고 30%까지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국내 수도권 백화점에 입점 된 루이비통, 샤넬, 크리스찬 디올, 구찌, 티파니 등 수입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가 변동 추이를 조사한 결과 지난 4월 1일을 기준으로 전 브랜드가 일제히 판매가격을 최소 20%에서 30%까지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루이비통의 스테디 샐러인 모노그램백은 최근 판매가가 200만원대로 올랐으며, 샤넬 마블백과 크리스찬디올 레이디백은 400만원대, 최고가로 유명한 콜롬보는 5000만 원대에 달하는 백을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루이뷔통과 샤넬 등 수입 명품 브랜드의 대중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수입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C 브랜드 판매원은 “국내 판매가격 결정권은 유럽 본사에 있는 만큼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가지 기다려봐야 알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7월에도 판매가는 변동이 없다고 전달받았다”면서 “오히려 가격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L 브랜드 수입업체 관계자도 “명품 브랜드 의류와 신발에는 13%, 가죽제품과 귀금속은 8%의 관세가 적용되고, 여기에 부가세 10%와 통관 제비용 1~5%가 더해져 수입원가가 정해지고 있기 때문에 FTA 이후 관세가 철폐된다해도 가격인하에 적극 반영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보호단체는 한-EU FTA가 실효되면 관세 철폐율을 일부 반영해 의류는 8~10%, 잡화는 5~7%가량 인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이 가격 베짱을 부리고 있는 이유는 가격 상승 전략이 판매율에 직결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례로 현대백화점 내 크리스찬 디올 매장 판매직원은 “전체 상품의 판매가가 최근 몇 년사이에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지난 4월 판매가를 20% 인상시키자 판매율은 오히려 30% 더 증가했다”면서 “명품은 비싸야 잘 팔린다는 인식 때문에 가격 인상 전략이 먹히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치동에서 온 김 모 주부는 “수년 간 크리스찬 디올에서 가장 인기있는 레이디 디올백을 200만원대에 샀는데 지금 400만원까지 올라 재테크한 기분”이라며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사두는 것이 남는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7월 FTA 발효 이후에 판매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서민들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국내 수입 브랜드 규모는 올해 5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전혜정 기자 angela@it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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