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 육성 정책 특정 업종 독식은 안돼”

· 스트림간 양극화 해소 시급. 업·미들 다운스트림 균형 발전돼야
· 섬유패션 정책방향 모든 길은 5년 전 만든 구조혁신 전략으로 통해
· 국제 원면강세. 세계 수요증가. 원면생산 감소. 내년 7월까지 갈듯
· 면방 업계. 가급적 자체흡수 편직·니트의류업계 고려 면사값 자제해야
· 섬유 패션산업 전도 밝아 섬유기업인들 신념갖고 투자권유

경세호 (주)가희 회장(77.섬산련 명예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섬유업계의 거목이자 진정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57년 서울大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후 우리나라 최대 면방회사인 삼호방직에 입사하여 잠시 영국 유학을 거쳐 복직해 중역으로 재임하다 효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겨 상무로 재임하며 섬유수출 전성기를 주도했다. 그 후 원미섬유와 쌍방울상사 CEO를 거쳐 지난 86년 지금의 가희를 창업해 내용면에서 초일류 면방기업으로 키운 탁월한 기업인이다.
만 53년간 섬유·패션 한 우물을 파면서 면방과 종합무역상사, 와이셔츠(패션), 의류수출 등 섬유·패션 각 분야를 통달한 원로 기업인의 섬유·패션에 대한 신념과 애착은 지금도 차돌처럼 강하다. 중소 면방조합 이사장에 이어 우리나라 섬유·패션업계 首長인 섬산련회장 재임시절 전력투구하며 쏟아낸 열정은 위기의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한 숭상 받는 덕목이다.
아직도 경영일선에서 역동적으로 활약하며 섬유·패션산업의 미래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경회장의 열정을 본지 창간 17주년기념 특별 대담을 통해 조영일 발행인이 직접 들어봤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섬유업계 首長을 그만두신지 벌써 2년3개월이 지났는데도 열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으십니다. 특별한 건강비결이 있으신가요? 혹시 장복하신 보약이나 음식은요….(웃음)

“뚜렷한 건강비결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건강은 타고난 것 같아요. 일에 열중하다보니 늙을 틈이 없는것 같아요….(웃음) 다만 비교적 소식을 하는 편이죠. 그리고 매일 저녁식사 후 집 옆 한강 고수부지를 집사람과 40~50분 걷는 정도지요. 보약을 먹거나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지도 않고요.”

-얼굴이 붉게 타신걸 보니까 요즘 운동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웃음)

“그게 아니고 몇 일전 청와대 중소기업 대표모임에 갖다 이마에 화상 비슷하게 익은 탓이죠. 그날 이명박 대통령님하고 중소기업대표가 모두 야외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그날따라 봄볕이 무척 따가운 날이었어요. 나뿐 아니라 참석한 중소기업인들 모두가 얼굴이 벌겋더군요. 나는 머리라도 있지만 머리숱이 없는 분들은 더 심했지요….(웃음)”
-가희의 작년 경영실적이 우등생이던데요. 올해는 어떻습니까.

“작년에 경영실적이 좋은 것은 최첨단 면방설비인 신니공장 증설분이 본격 돌아갔기 때문이죠. 당초에는 98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었는데 공장 건설공사가 지연돼 차질을 빚었고 이 때문에 2008년에 적자를 냈어요. 작년 1·4분기 이후부터 순조롭게 공장이 돌아가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한것이죠. 올해도 현재 추세로 봐 작년보다 매출, 이익모두 30%정도 늘어나리라고 봅니다.”

-지난 2월 주총 때 신임 사장이 취임하였는데 혹시 2 선으로 물러나시기 위한 포석입니까….(웃음)

“아니에요. 제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신임사장은 두산그룹에서 마지막 부회장으로 퇴임하기까지 30년 가까이 CEO를 역임한 능력있는 사람 이예요. 이제 형님회사에서 마지막 열정을 쏟아내라는 뜻에서 선임한 것이죠. 물론 대표이사 사장이 왔으니까 제 업무량이 좀 줄어들기도 하고요.”

-작년 말 이후 국제 원면 값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 것으로 봅니까.

“세계 원면 시장동향이 심상치가 않아요. 원면 회계연도는 7월부터 시작합니다만 내년 7월까지는 현재의 강세가 지속되지 않을까 봅니다. 며칠 전 미국 면화협회 관계자가 방한해 밝힌걸 보니까 현재의 강세추세가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면화생산원가가 70센트라고 했는데 현재 국제시세는 90센트까지 뛰었어요.”

-원면파동이 불거진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야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르는 것이죠.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면사 수요가 증가한데반해 생산량을 오히려 줄었어요. 여기에 중국의 작황도 나빴고요. 원면 재배보다 타 작물재배가 수익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화섬가격이 낮으면 자연히 화섬수요 쪽으로 전환 할 텐데 화섬가격이 강세이니까 면사 값 역시 강세일 수밖에요.”

-역시 중국이 블랙 홀 아닙니까.

“그렇죠. 중국의 자체 면사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해요. 여기에 인도·파키스탄이 자국 물가안정과 부가가치 창출이 높은 2차 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원면 수출을 제한하지 않았습니까. 중국도 100만 톤 이상 원면 확보에 차질을 빚어 아우성입니다. 지금 면사 값이 우리나라보다 중국 가격이 더 비싸니까요.”

-면사 값을 원면가격에 득달같이 반영하다보니까 편직 업계나 니트 의류업계 등 수요자들이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면사 값을 현실화 시키고 있지만 아직도 원면 값 인상분을 전부 반영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에요. 알다시피 작년하반기까지 국제 원면 값이 파운드당 50센트 내외이던 것이 현재 90센트까지 뛰었으니 제조원가의 60%를 점유하는 원면가격 인상부담이 오죽 크겠습니까.”

-그러나 편직업계나 니트 의류수출업계의 시장 가격은 극히 제한적으로 반영되지 않습니까. 실수요자와 공존공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가격 인상은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물론이지요. 나 역시 원면가격인상을 최대한 자체 흡수하고 면사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권유하고 있어요. ‘역지사지’라고 환편 업계나 니트 의류업체들은 적자 나고 면방업계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 그들은 면사 한 고리에 예를 들어 500달러를 기준해서 오더를 받았는데 갑자기 600달러로 올리면 어찌 되겠습니까. 수요자들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최소한으로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고 도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은 힘 있는 스트림의 일방통형식 관행이 보편화 돼있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방금 지적하다 시피 각 스트림별 균형발전은 업스트림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합니다. 무슨 분야이건 이익이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지 특정업종이 독식하는 체제는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업스트림은 미들스트림을, 다시 다운스트림을 고려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 올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 역할과 기능을 단체가 제대로 수행해야 될 텐데 우리현실은 그러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 점이 문제예요. 섬유·패션 업종별 단체가 많지만 상호 이해와 협력체제가 안 되고 있어요. 내가 섬산련회장 재임시절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갖은 애를 썼는데 성과가 별로 없어요. 자기 업종, 자기 주관만 앞세울 뿐 전체를 보는 눈이 모자라요. 섬유·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업종별 연계 발전이 절대 필요하고 그 중심에 섬유단체가 있어야 할텐데 모두가 자기 업종 중심에 매몰돼있으니 스트림간 협력이 안되는 겁니다.”

-화제를 바꿔 섬산련 회장시절 의욕적으로 역점을 두었던 섬유 ·패션산업 구조혁신사업은 진척이 있다고 보십니까.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 답보상태에 있는 것도 있어요. 아시다시피 5년 전 섬산련이 성안한 구조혁신전략에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가야할 좌표를 분명히 설정해 놨어요. 현실감이 떨어진 건설팅회사에 맡겨 형식적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섬유·패션 각계 전문가300명이 동원돼 집대성한 걸작입니다. 그 안에 섬유·패션산업의 모든 길이 제시되어 있는 것이죠. 다만 5년 전 작품이란 점에서 이 시점에서는 개정 증보판이 나와야 할 텐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구조혁신과 연관된 얘기입니다만 우리 섬유·패션산업에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를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앞에서 말씀드리다시피 업종별 불균형 형상이 갈수록 심각한 것이죠. 예를 들어 면방과 화섬 산업은 좋은데 중간허리인 직물·편직업계는 살기가 팍팍하고 다음단계인 의류봉제분야는 피골이 상접한 이러한 비정상적인 구조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내가 무슨 봉제를 하겠습니까 마는 봉제 산업의 취약한 구조는 다른 스트림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 어려운 산업을 연관 스트림이 보듬고 가야 연계 발전이 가능한 겁니다. 의류봉제 산업이 활성화되면 니트·직물 염색에 이어 화섬·면방 산업이 더욱 안정 될 수 있는 겁니다.”

-정부의 다운스트림 정책이 너무 실종된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냉정히 따지면 제가 면방기업인이지 봉제 기업인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섬산련회장 재임시절 동대문 의류봉제협회 행사나 의류봉제 공장관계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관심을 보이고 육성의 당위성을 설파한것은 스트림간 연계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어요.”

-정부의 섬유·패션정책 자체가 경도 돼있다는 말씀이시지요.

“중앙정부는 예산배정에서 아예 봉제 산업정책이 없어진거나 마찬가지예요. 다행히 서울시가 상상을 초월한 규모로 의류봉제산업 집적센터를 만들고 과감한 육성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평가해야 된다고 봅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와 만나 의류 봉제산업의 육성 당위성을 설명했더니 돌아가서 조사 분석한 결과 의류봉제 산업의 부가가치가 자동차 산업보다 높고 고용효과가 좋은 도시형 산업임을 확인했다고 말하더군요. 정책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는 공부하고 열정과 추진력이 있어야지요.”

-회장님 재임시절 그토록 열정을 바쳤던 섬유특별법이 무산되면서 다른 명목으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섬유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삼복더위에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법적 제도적 지원책을 위해 섬유·패션인이 똘똘뭉쳤어요. 그런데 정부가 한사코 반대해 ‘신 섬유로드맵’으로 방향을 선회하더니 요새와서는 ‘숙련집약 성장산업’ 육성책으로 바뀐 것 같더군요.
문제는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섬유·패션산업 전반에 걸쳐 골고루 육성책이 포함돼있는냐하는 점입니다. 솔직히 섬유특별법에 나올 구조혁신전략은 섬유·패션산업을 구조혁신, 기술개발, 마케팅, 인력, 국제통상 등 5개 분야로 나눠 스트림 전반을 아우르는 육성책인데 반해 신섬유로드맵은 사실상 업스트림위주 정책 아닙니까? 직물·편직·염색·의류 봉제분야는 제쳐놓고 업스트림위주로 흘러가는 그런 정책으로는 항구적인 성장동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포괄적으로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섬유·패션 산업의 전도는 밝을 수 밖에요. 세계의 공장 중국 때문에 고통을 겪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독주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지요. 알다시피 중국도 이제 인건비와 노동조건, 환경문제가 만만치 않아요. 또 중국이 소득이 높아지면서 내수 수요가 급팽창하면 수출 여력이 감소될수밖에요. 더구나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면 작은 시장입니까. 유럽에서 5000만 인구만 대국입니다. 우리의 안정된 내수시장을 고려하면 강한 신념을 갖고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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