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공단 임대료, 임금계약 무효’ 통보에도 평온 북측근로자 4만명 동요없이 평일ㆍ주말 정상근무
- 출퇴근ㆍ연장근무 평소와 다름없어 무풍지대 온도차
- 입주기업 “북측요구 ‘어불성설’ 인내심 갖고 협상으로 풀어야”
- 피폐죈 경제상황 연간 3천 600만불 달러박스 포기할까?
- 4만명 실업대란, 개성시민 동요 어떻게 막을까? 진정성 의문


개성공단 입주기업 생산활동 정상

북한이 지난 15일 개성공단과 관련해 벼랑끝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바로 다음 날 본지는 화들짝 놀란 마음으로 개성공단 현장 분위기를 확인했다. 개성공단에 상주하고 있는 몇몇 기업의 법인장들과 직접 통화한 결과 그곳은 무풍지대로 아무 동요없이 정상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요일임에도 정상출근해서 연장근무까지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었다. 남쪽에서는 북측의 해괴망측한 통보에 언론이 도배질하고 개성공단이 금방 폐쇄될 것처럼 난리법석인데 반해 막상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물론 과거에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통행제한 때마다 개성공단이 폐쇄위기에 몰린 것처럼 우리측에서는 안달복달했지만 막상 개성공단 현장은 아무런 낌새가 없었다.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른채 근로자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정상 출퇴근 하면서 생산성 향상에 함께 협조했다.
북측이 아무리 고약한 억지 주장을 해대도 개성공단 현장에서는 외부 소식이 단절된 채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북측의 공갈 협박 진정성이 무엇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측 본사에 있을때와 개성공단에 있을때의 기분이 180도 달라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북측의 가당찮은 대남압박 전술로 개성공단을 물고 늘어진 것도 불쾌하지만 이것을 침소봉대해 금방 개성공단이 폐쇄될 것 같은 언론보도에 열이 뻗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가있는 동안은 근로자들이 동요없이 생산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그곳에 가있는 시간이 마음 편하다고 털어놓고 있다.

5.15 초강경 카드 진정성 의문

물론 북측의 5.15 개성공단 초강경 카드는 양치기 소년식으로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무서운 음모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개성공단에 적용했던 각종 임금, 임대료, 세금계약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남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철수하라고 요구한 것은 지금까지 취해온 어떤 제안보다 무서운 통보임이 틀림없다.
만약 북측이 이같은 강경 기조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우리기업은 북측에서 떡 쪄놓고 사정해도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항간에 김정일 위원장이 제시했다는 월 임금 280달러 요구가 사실이라면 개성공단에 남아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이미 104개 기업으로 늘어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그곳에 간 것은 당초 월 60달러 내외의 기본급을 전제로 간 것이다. 2004년 4월 당시 북한의 총국과 남측의 현대아산, 토지공사가 계약을 맺어 330만㎡(100만평)을 50년간 사용키로하고 1600만 달러를 이미 지급한 상태다.
입주기업들이 북측에 주는 토지 사용료도 2014년까지 면제를 약속받았다. 세금도 2014년까지 면세 조건임을 분명히 명시했다.
그런 국가간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토지사용료와 세금을 당장 내년부터 내야하고 임금을 중국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억지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기업이 정부간 약속임을 믿고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경쟁적으로 개성에 간 것은 북한 도와주려고 간 것이 아니다. 월 60달러(현재 73달러) 내외의 싼 임금에 양질의 노동력과 서울 부산보다 가까운 물류비와 더불어 내국인 거래라 관세가 없는 장점 때문이었다.
아직은 미국과 일본 등 대형시장에 수출이 안되지만 한ㆍ미 FTA에 역외 가공만 인정되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입주 경쟁을 벌여 오늘의 공단을 만든 것이다.

북측 요구 수용불가 그것은‘어깃장’

더욱 60년간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왔지만 이데올로기를 제외하면 우리말이 통하고 양질의 노동력이 진가를 발휘해 품질과 생산성이 중국보다 우수한 점이 많았다. 처음 입주한 18개 시범단지 기업들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신산고초를 거듭한 끝에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처음 개척자들이 반듯하게 내놓은 길을 따라 후발업체들이 수월하게 안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턱도없는 임금 현실화와 토지 사용료, 세금부과 요구는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억지주장이다. 북측이 요구한 임금이나 토지 사용료, 세금을 다줄바엔 통행이 자유롭고 임금이 싼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로 가지 개성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북측도 자기들의 무리한 주장을 남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다. 남북 양측 모두 필요성이 절실하면서도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개성공단을 내세워 남남 갈등을 유발시키기 위한 어깃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한에 아무리 강경 군부세력 입김이 강하다고 해도 누렇게 부황 든 인민들의 달러박스인 개성공단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4만명의 북측근로자가 벌어들인 달러가 연간 3500만달러에 달하는 황금의 달러박스를 어디서 벌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짜 담배, 마약, 뱀 팔고 무기 팔아서 연간 벌어들인 외화가 고작 30억달러인데 원자재 들지않고 100% 가득 액인 3000만달러의 임금수입을 포기할 자신도 능력도 없는 것이다. 개성공단 덕에 개성시민 생활이 평양 다음으로 소득이 높은 현실을 외면하고 4만명의 실직자가 갑자기 발생했을때 북측체제의 동요를 총칼로 막는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련한 생각으로 개성에 남측 자본으로 지어놓은 공장과 설비를 자체 운영하면 횡재가 아니냐고 하지만 그것은 도둑놈 심보이고, 현실적으로 운영 능력 자체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모든 원부자재는 100% 남측에서 공급된다.
원부자재 한 톨 생산할 능력도 없고 기술진도 없다. 마케팅 능력도 그들에겐 없다. 우리기업들이 철수하면 당장 전기부터 끊긴다. 나무도 풀도 생성되지 않은 허허벌판 마사토 위에 오늘의 버젓한 공단을 만들 수 있는 힘은 남측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개성공단 폐쇄되면 국제 미아

또 만에하나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북측은 그렇지 않아도 고립무원 상태에서 돌이킬수 없는 국제 미아이자 악당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다. 폐쇄주의로는 생존 수명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세계 어느나라 봉이 다시 북한에 투자하겠는가? 개성공단이 실패하면 북한이 콩으로 메주를 쓴다해도 국제사회는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거나 잘못되는 것은 북측 스스로 제 무덤 파는 격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생떼를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유일한 남북대화 창구는 개성공단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판사판 마구잡이 엄포성 대포를 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임금이건, 토지 사용료이건, 세금이건 앞으로 협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북측이 이런저런 엉뚱한 주장을 거듭한 것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기 보다 협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자는 속셈일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우리도 북측에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 어차피 개성공단은 남북 양측에 포기할 수 없는 중요성을 공감한다면 ‘미운 놈 떡하나 더준다’는 식으로 약속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가 약속했다고 하지만 국가간 약속이란 점에서 기숙사 건립과 도로확장을 이행해서 그들이 딴지걸 명분을 제거해야 한다.
이미 개성시내 10만 인구 중 4만명의 젊은 근로자를 빼면 추가 인력 재원이 없다.
40대 이상 남성근로자들이 지금 신규 인력으로 유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성 이외 지역에서 차출돼야 하는데 기거할 숙소가 없어 불가능하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신규 인력이 거처할 수 있는 집단 숙소가 필요하다. 그러니 그들이 얼씬하면 기숙사 건립 약속이행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남측을 향해 약속 불이행을 입버릇처럼 되내이는 그들의 주장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북측에만 치명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남측 경제에도 예상외의 타격을 각오해야 한다.
104개 기업의 단순 직접투자액 7300억원과 현대아산 8000억원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이들 104개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을 때 오는 거래선 상실과 매출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 규모다.

북측 개성공단 독자운영 능력없어

원부바재를 100% 남측에서 공급하는 상황에서 벌써 6000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의 매출감소와 실업자 발생도 겁나는 규모다. 전력ㆍ통신ㆍ용수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규모도 1조원 규모에 달한다.
건축비와 설비투자비, 거래선 상실, 협력업체 피해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줄잡아 당장 6조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다시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비용도 천문학적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직간접 피해규모를 단순 계산으로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란 점에서 입주기업과 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개성공단은 단순한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또하나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북한판 심천’으로서 자본주의 경제의 실험장인 개성공단은 벌써 황색바람에 휩싸였다. 그토록 3인조 5인조 감시체제가 심해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그들의 의식은 벌써 60~70%가 남측 사고에 젖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무리 폐쇄 사회라고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남측이 잘 살고 자유롭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빠져들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기업인들의 공로다.
그 숫자가 4만명에서 10만명 20만명으로 늘어나면 북측 군부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런점을 감안해 우리는 동냥을 못줘도 쪽박을 깰 필요는 없는 것이다. 괘씸하지만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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