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의류 이지캐주얼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캐주얼 붐을 타고 최근 5년여 동안 초호황을 만끽했던 이지캐주얼 업계가 경기침체 장기화 국면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속속 백기를 들고 있다.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레이버스·브로스·멤버할리데이·쏘베이직·월튼·쿠버스 등의 캐주얼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데 이어, 지난주에는 R브랜드가 이번시즌을 끝으로 사업중단을 선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판매부진으로 결제를 제때 해주지 못하자 벼랑으로 내몰린 협력 업체들이 캐주얼 C브랜드의 본사에 몰려와 최소한의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항의 농성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1년 이상 계속되면서 현금유동성에 비상이 걸린 패션업체들이 자금악화를 견디지 못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며 "매출부진으로 여성복과 남성복 업계가 된서리를 맞은데 이어 이제 캐주얼 업계로까지 내수침체 불똥이 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통 연매출 500억원대 이상의 볼륨을 추구하는 이지캐주얼 브랜드들의 속성상 최소한의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효율이 나지 않더라도 '자전거 논리'처럼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을 계속할 수 밖에 없어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얘기다.특히 캐주얼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유통보다 대리점 비중이 많은 편인데, 최근들어 한달에 3천만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하는 가두매장이 속출하면서 자금이 부족한 대리점주가 판매금액을 본사에 입금시키지 않고 줄행랑을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소문이다. 대리점에서 본사에 입금하지 않으면 본사의 자금사정이 부실해져 결국 브랜드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위기는 유통(대리점)→브랜드(본사)→프로모션(협력업체)까지 삼각 연결고리 전체를 뒤흔드는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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