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열흘간의 일정을 마친 2007 S/S 서울컬렉션에서 62명의 참가 디자이너들이 총 5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시즌에 이어 해외 바이어 상담건수가 향상된 이번 컬렉션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 21개국 바이어가 박윤수, 이상봉, 박춘무 등 국내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 참석, 즉석에서 의류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인원 9만명의 국내외 관람객 방문을 이끌었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프랑스 르 피가로, 이태리 북 모다, 호주 인스타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해외 패션 관련 미디어 30여 매체가 취재에 참여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컬렉션은 지난시즌보다 한층 증가한 프레스의 취재열기 덕분(?)에 자리싸움이 일어나는 광경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측근 VIP에게만 허용되는 리허설 입장에 기자들은 절대 허가하지 않는다는 디자이너들의 굳은 의지, 특히 연예인과 해외바이어를 위해 프런트 로를 양보해야 하는 프레스의 입지는 유독 서울에서만 보여지는 이상한 풍경이라는 것이 밀라노와 파리컬렉션을 자주 찾는 한 사진작가의 말이다.
바이어와 프레스 모두를 질리게 하는 너무나 많은 디자이너수와 세계적인 컬렉션 대열에서 가장 늦게 시작하는 컬렉션개최시기 등 위의 모든 것을 고사하더라도 가장 서글픈 일은 통합 컬렉션이라 하기엔 빈익빈 부익부가 극대화된 양상(모 디자이너는 원단 살 돈이 없어 샘플원단으로 작품을 만들고, 모 디자이너 그룹은 컬렉션 후 남은 예산으로 초호화 여행을 떠난다는)이다.
한국 패션의 현주소라 하기엔 너무도 슬프다는 한 대학의 패션학과 교수는 "한국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탄생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악습을 반복하는데 있다"고 한다.
레이 카와쿠보, 준야와타나베 등 일본 인 디자이너 4명이 뭉친 꼼므데가르송 사단이 파리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은 것처럼 이젠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우리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되어 세계적인 브랜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컬렉션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철저한 검증을 통한 디자이너 선별하에 정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각 단체별 기득권 싸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컬렉션 만들기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적어도 지난 20여년의 세월동안의 시행착오는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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