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미니멀리즘, 블랙 앤 화이트 대향연, 다양한 실크 소재 급부상
빅 플라워 코사쥬, 오간자 드레스, 쉬폰 블라우스, 새틴 스프링코트 등 부각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무대인 '2007 S/S 서울컬렉션'이 지난 10일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대체로 내년 봄 시즌 트랜드 대 테마인 '로맨틱 미니멀리즘'을 기조로 한 독특한 무대를 각 디자이너별로 한껏 뽐내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개별디자이너, NWS, KFDA, SFAA 디자이너그룹의 순서로 전개된 이번 컬렉션은 블랙앤화이트를 메인컬러로 쉬폰과 오간자를 이용한 로맨틱한 드레스와 블라우스, 고급스러운 텍스처와 광택의 질감을 강하게 뿜어내는 내추럴한 새틴소재의 아웃웨어, 그리고 실켓 주름과 레이스, 빅 플라워 코사쥬, 기하학적인 패턴 모티브 등의 다양한 원피스 등은 이번시즌 한번 걸러진 듯 절제된 디테일속에서 한층 세련된 룩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로맨틱과 미니멀이라는 상반된 트랜드를 믹스하기 위해 각 디자이너들은 상의와 하의의 컬러를 올 화이트나 올 블랙으로 일치시키고, 주름이나 포켓, 포인트 디테일 등을 통해 창의적인 작품들을 연출했다.

<디자이너별 작품 스케치>

열흘간의 대장정 속에서 유난히 빛을 발한 디자이너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컬렉션 마지막 날인 10일 무대를 연 디자이너 이상봉이다.
'한글과 패션의 만남'을 통해 국민 디자이너로 거듭난 그는 이번 무대에서 지난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와 최근 롯데 애비뉴얼에 전시된 한글 패션 작품들을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참관객 폭주로 1시간이나 지연이 된 이번 컬렉션은 국당 조성주씨가 대형 붓으로 검은 글씨를 흰 캣워크 위로 직접 써내려갔고, 이어 모델들은 한글을 모티브로 한 블랙앤화이트 시리즈의 오간자 드레스와 포멀 수트 등 아름답고 고운 작품들에 관객들은 넋을 잃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국내외 프레스와 바이어들로부터 대 찬사를 받은 그는 한글이라는 매개체를 그만의 기법으로 그려낸 가장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디자이너 진태옥의 무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쉬크&아우라를 테마로 그는 이번 시즌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슬픈 긴 목과 아우라를 발산하는 쇠골뼈를 강조하며, 쇄골이 드러나는 로맨틱한 저지 드레스와 늘어지는듯한 풍성한 볼륨을 강조한 원피스, 가슴이 깊게 파이거나 살이 비치는 쉬폰을 소재의 블랙앤화이트 시리즈는 진태옥이 이번 무대에서 옷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는 그의 의도를 충분히 보여줬다.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무대도 두드러졌다.
24명의 디자이너중 무려 17명의 남성복 디자이너를 포함해 여성과 남성을 함께 제안한 디자이너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컬렉션의 오프닝을 연 디자이너 이신우의 'CINU'다.
8년의 길고 어두운 공백을 깨고 돌아온 한국패션계의 자존심인 그는 남성복 40벌, 여성복 10벌로 남성에 중심을 둔 작품들을 선보였다.
남성의 전형적인 틀을 벗고 작은 디테일을 통해 언밸런스한 매치와 대칭 등을 멋스럽고 고급스럽게 제안한 이번 작품으로 그녀의 컴백무대를 당당히 과시했다.
'RUBINA' 디자이너 루비나.
이번 시즌 높은 점수를 받았던 그는 화이트 그레이의 사파리 재킷과 파스텔 화이트 블루의 튜닉형 원피스, 골드컬러의 세련된 실키 드레스, 마지막을 장식한 블랙과 화이트의 원피스와 롱 드레스들의 작품 뿐 아니라 변형된 썬캡과 구두, 가방에 이르는 완벽한 컬러매치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시켰다.
특히 그만의 세련된 톤다운 컬러웨이 뿐 아니라 실크 오간자와 저지류 등의 고급스러운 소재는 잡아 올리거나 묶거나 하는 식의 다양한 레어어링 룩을 통해 더욱 멋지게 보였다.
이와 함께 매 컬렉션마다 입방아에 오르며 치열한 자리선점의 대전쟁을 치뤄야하는 Miss Gee Collection의 디자이너 지춘희는 이번에도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블랙앤화이트의 모던함으로 시작한 오프닝 무대에서 벌룬 형태의 블랙 미니스커트와 화이트 벨티드 롱 재킷, 1940년대 뉴룩인 A라인과 모래시계. 튤립 등 특유의 복고적인 페미닌 실루엣을 재해석한 작품들과 튜닉형 원피스와 매니시한 수트 등이 선보였다.
뉴 웨이브인 서울의 'Demoo PARK CHOON MOO'의 디자이너 박춘무는 서울컬렉션에서도 바이어들의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이번 무대는 살이 비치는 화이트 혹은 블랙의 펄이 머금은 레깅스위에 반투명 비닐 레인점퍼와 벌룬 숏팬츠, 후드 케이프 등이 공기처럼 가벼운 느낌을 연출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헐렁한 니트 원피스와 모노톤의 니트상의, 튜닉형 원피스와 롱셔츠 등으로 상의는 볼륨있게 하의는 타이트하게 레이어드하여 비와 공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소재 선택에 노력했다는 그의 의도처럼 그는 비닐, 거즈면, 망사, 헐거운 니트류 등을 통해 천편일률적인 트랜디 소재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PARKYOUNsOO'의 디자이너 박윤수는 다양한 기하학 프린트를 그린 저지 블라우스와 오간자 원피스, 볼륨을 넣은 소매, 그리고 휘날레를 장식한 골드펄의 빅 드레스는 그가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이번 시즌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들로부터 적극적인 방문을 받은 그의 작품들은 매시즌 그렇듯 가장 여성스럽고 로맨틱하게 해석된 유니크한 작품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이너 이영희 역시 최근 드라마와 영화 등 한복의 센세이션의 한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답게 인기를 모았다.
지난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한불 공동 패션이벤트'에서 샤넬의 칼 라거펠트, 웅가로의 피터 둔다스, 디자이너 이상봉과 홍은주 등과 함께 선보였던 오렌지색 한복 의상을 메인으로 혜원 신윤복 등 전통 그림속 여인들과 한국적 미감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눈길을 모았다.
KFDA의 이번 컬렉션의 활약은 관람객들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안윤정과 김종월, 강기옥, 문영자, 황재복, 임현희 등 매시즌 놀라운 작품력을 보여온 이들은 이번 컬렉션에서도 가장 화려한 무대 가장 완성도 높은 모델리즘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안윤정의 ANYOONJUNG ANS는 이번 시즌 실켓 주름과 연꽃모양의 스커트 등을 통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이세이 미야케의 대표적인 가느다란 주름 원단을 보여주는 듯한 그의 원단 활용은 볼륨을 살린 스커트와 원피스, 재킷 등에서 산뚱 실크 등 고급스러운 원단을 통해 광택과 실루엣을 고급스럽게 제안하고 있었으며, 원단에 이파리 모양의 펀칭과 도트패턴 등 어느 때보다도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Bruda Moon의 디자이너 문영자는 컬렉션 관람객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술사 같다. 중년 여성들이 살면서 자신을 가장 아름답고 당당하게 보여는 컬러웨이만을 선별한다는 그는 이번에도 그만의 컬러 향연에 빠지게 만들었다. 핑크, 오렌지, 그린 등 캔디컬러의 원피스와 플라워 모티프를 넣은 쉬폰 블라우스, 중년 여성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핫 핑크 시리즈물을 통해 스프링 코트와 정장류, 그리고 이번시즌 메인 컬러인 블랙앤화이트를 중심으로 차이나컬러를 변형한 나시 블라우스와 프릴 스커트, 골드를 포인트로 한 핫팬츠와 재킷 등 로맨틱의 절정을 선보였다.
I.N.PETILLANTE의 디자이너 김종월은 이번 시즌 그 동안 보여준 작품 보다 한층 완성도 높은 패턴과 소재로 마니아 군단들을 흥분시켰다. 특히 필드에서 돋보일 골프웨어의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블랙앤화이트의 타탄 체크물과 오렌지 레드컬러의 사파리와 벨티드 셔츠, 숏팬츠와 롱 스프링코트의 매치가 주를 이뤘다.
디자이너 황재복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튤을 강조한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간자 실크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소재를 중심으로 한 심플하고 절제된 로맨틱 드레스를 선보였다.
다양한 파스텔 컬러에서 강렬한 레드의 드레스들은 어깨 전체를 드러내는 작품들이 많았으며, 디테일이나 레이스보다는 소재의 텍스처와 실크의 고급스러움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전체적으로 슬림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선보였다.
Kiok의 디자이너 강기옥은 그동안 보여준 그만의 해법으로 창조한 진 시리즈에서 한단계 성숙한 작품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신인디자이너지만, 빅터앤룰프의 감성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Mw 디자이너 손성근은 실험적인 의상들을 선보여 프레스를 매료시켰다.
과장된 분장을 한 모델들은 블랙과 화이트를 메인으로 다양한 실험적인 디테일과 아이디어의 테일러드 의상들을 남성과 여성복을 함께 선보였으며, 스티치, 지퍼, 단추, 포켓 등을 통해 기발한 작품들을 탄생시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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