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6일 갤러리 세줄서, 이상봉과 친구들(임옥상 장사익 김치호 남궁환) 작품 모음전


단 몇 십분만에 끝나는 패션쇼 무대가 아닌, 원하는 만큼 디자이너 이상봉의 의상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지난 2월 파리 컬렉션에서 호평을 받은 '겨울 숲'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의상과 한글 칼리그래피 의상들을 이색적으로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가 친구들이 함께 한 작업들까지 어우러져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6일 06 F/W 파리컬렉션에서 선보인 이상봉의 한글 칼리그래피 의상은 그날 참관한 전세계 패션관계자들을 흥분시킬 정도로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현지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화제거리가 되었다.
평소 생활속에 방치돼 있거나 숨겨져 있었던, 그러나 대기의 공기처럼 소중한 존재의 에너지원들을 사려깊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표출해 내어 의상에 담고 재창조해 온 그가 평소 서신을 주고 받던 여러 지인들 중, 특히 작가 임옥상과 소리꾼 장사익의 글들을 보며 또 하나의 생명력 넘치는 서정을 옷 위에 표현한 것.
자신도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킬 줄 몰랐다고 말하는 디자이너 이상봉은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서 잊고 살았던 한글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에게, 더 나아가 전세계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오는 6월 2일부터 16일까지 15일간 서울 평창동 세줄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한글, 달빛 위를 걷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글’이 살아 숨쉬는 의상들과 '달빛’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 빛과 어우러진 의상들이 조화를 이뤄 일반인의 곁으로 찾아간다. 뿐만 아니라 오랜 친구들의 손길이 전시회 공간 곳곳마다 스며들어 이번 컬렉션 의상의 모티브를 제공해 주었던 임옥상과 장사익의 편지 서체, 그리고 그들의 서체가 새겨진 패브릭을 직접 눈 앞에서 보고 그 글씨들의 살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기에 젊은 작가 남궁환의 '빛과 그림자'를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 의상과 어울려 패션과 또다른 예술장르인 미술 사이에 빚어지는 교감의 공간에 함께 펼쳐지게 된다. 전시회 아트디렉터를 맡은 Chiho&P 김치호 대표는 "패션과는 다른 예술장르와의 환상적인 만남의 장을 멋지게 연출해 보이겠다" 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그냥 지나치는 전시회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전시회로 승화시키기 위해 Stabile의 박용호 씨가 직접 한글서체 병풍을 제작, 이를 배경으로 한글 의상을 입고 사진도 찍어볼 수 있는 공간을 별도 마련했다. 여기서 전시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서로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겠다는 것. 또한 전시회의 그 느낌 그대로를 간직할 수 있는 한글 서체가 새겨진 티셔츠와 넥타이, 스카프 등을 전시회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도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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