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인터뷰 조현택
인터뷰 질문지
(국제섬유신문 창간 12주년 기념)

“섬유불황 우리만 겪는게 아닙니다. 중국도 입장차이만 다를뿐 마찬가지죠. 한마디로 말한다면 쿼터폐지가 불러온 혼돈의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토양을 마련해 나가는게 선결과제이지요”
이는 쿼터폐지 원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세계 섬유산업에 대한 조현택 효성 섬유 PG長의 냉철한 시각이다. 그는 지금 비관이나 절망보다 혼돈의 가닥을 잡아나가는 섬유업계의 슬기로움을 주문했다.“천길나락으로 떨어져도 길은 있다”라는 희망을 갖지 않으면 그 자체가 공념불임을 명심하자는 뜻이다. 국내최고를 넘어 월드 메이저급으로 올라선 효성의 섬유 경영전략을 주도하는 조현택 섬유PG長을 통해 한국 섬유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 조현택 부사장님은 효성이 내세우는 섬유사업부문 간판 주자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올초 효성 섬유부문을 총괄하는 섬유PG장에 오르셨구요. 지난 33년간 섬유산업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에 소회 역시 각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섬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인 동시에 현재 발전하고 있는 모든 산업의 산파역을 담당해 왔습니다. 지난 30여년간 섬유산업의 일선에서 한결같이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동안 함께 일해왔던 많은 선후배, 동료들과 일의 터전을 제공해 준 회사에 감사 할 뿐입니다. 국내 섬유산업이 매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때에 막중한 소임을 맡게 돼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섬유산업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2005년 현재 효성의 섬유부문 위상이 궁금합니다. 섬유부문 전체 매출액과 사업부문별 생산능력 그리고 해외사업부문까지 망라해 글로벌 섬유기업으로서의 위치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올해 섬유부문의 매출목표로 의료용 섬유 1조2천억원, 산자용 섬유 8천억원 등 2조원 달성에 나섭니다. 이는 ㈜효성 매출액의 40%에 이르지요. 스판덱스는 중국 가흥과 주해공장을 포함, 세계 2위의 생산능력을, 나이론과 폴리에스터 부문도 국내 1,2위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현재 밀라노· 뉴욕· LA· 상파울로· 동경· 홍콩· 상해 등 세계 각 지역에 글로벌 마케팅 전진기지를 구축했으며 앞으로 섬유사업 미래 전략의 하나로 삼은 세계 생산기지 확충을 위해 유럽· 미주 등을 겨냥 지속적으로 투자해 나갈 계획입니다.”


- 올해부터 세계 섬유교역 환경이 본격적으로 무한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옆에 둔 국내 섬유산업의 환경도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입니다. 짧은 기간입니다만 쿼터폐지가 몰고온 파장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이미 예견된 상황입니다만 Quota Free 이후 중국 제품의 공세가 대단합니다. 일반 제품이나 대규모 오더는 중국업체에게 빼앗겨 국내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 지난 13일과 18일 미국이 중국산 7개 의류제품에 대해 세이프 가드 발동에 이어 EU 등 수입국들의 제재 움직임과 중국 자체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섬유제품의 세계 제패라는 큰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좀더 일찍 준비하고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섬유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 제품, 하이퀄리티 제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에 나서고 단순한 카피가 아닌 창조적인 제품으로 경쟁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를위해 과거 성장기의 양적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각사가 자기 특성에 맞는 세계 일류제품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강한 작은회사’로 변신해야 합니다.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일본의 섬유 기업들이 그 예가 됩니다.”


- 효성은 한국섬유산업의 대표주자인 동시에 글로벌 섬유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효성 섬유사업부문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섬유부문에서 효성의 목표는 세계 생산기지 확충과 고부가가치 신기술 개발을 통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종합섬유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더 궁극적인 목표는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입는 옷과 사용하는 섬유 제품에 효성의 기술과 노력이 깃든 섬유원사가 사용되어 모든 소비자가 그 기능성과 편안함에서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지요. 또한 산업용 소재 메이커로서도 세계 최고 공급자의 위상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 목표달성 과정까지는 걸림돌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에따른 다양한 전략도 뒤따라야겠지요. 효성이 섬유글로벌 메이저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경영전략 또한 관심사안입니다. 특히 투자방향 그리고 최고 경영진(오너)의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만.

“우선 품질경영입니다. 품질의 뒷받침 없이는 최고의 섬유기업이 될 수 없어요. 고객이 우리 제품의 품질과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 제품을 사용해 가치창출에 나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효성의 목표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지난 3월 27일 섬유PG 전체 임직원이 품질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공유하는 품질경영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어제도 구미공장에 다녀왔습니다만 ‘World Best 품질확보’‘품질 차별화를 통한 고객만족’‘인재육성’ 등 섬유PG의 지침에 따라 각 공장별로 마스터플랜을 작성해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도 한껏 고무되었어요. 또한 R&D 투자와 브랜드 마케팅입니다. 스마트섬유· 나노섬유· 탄소섬유 등 미래 섬유는 물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 및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R&D 투자와 함께 효성의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입니다. 특히 효성은 섬유에서 시작한 회사라는 점을 잊지 않고 항상 가능성을 전제로 섬유부문을 효성의 주력사업의 하나로 지켜나가겠습니다. ”


- 국내 화섬산업은 업·다운스트림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한국 화섬산업 이대로 주저앉는 것입니까? 누란위기에 처한 원인을 말씀해 주시고 타개책은 무엇입니까?

“공급과잉, 원료가 상승, Cost 경쟁력 상실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게 국내 화섬산업의 현실입니다. 국내 화섬산업의 구조조정은 그 시기를 놓쳤어요. 섬유 종사자들의 근시안적인 안목과 준비부족 그리고 경제적인 논리보다 정치적인 논리가 우세했던 것이 문제였지요. 금융권에서는 부실채권을 회수한다는 명분으로 경쟁력이 상실된 부분을 억지로 끌고 나가 전체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小貪大失’을 반복해서는 안돼요. 지금이라도 업계의 재편에 중지를 모으는 한편 어떠한 방법으로든 체질개선을 하지 않고서는 전체가 붕괴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90년대 비교적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마친 일본 기업들이 최근 유사이래 최고의 수익을 내고 있는 사실이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어야 지요.
중국의 대두, 급변하는 경영환경에도 불구 국내 섬유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와 고급화, 남들이 눈여겨보지 못하는 신수요 창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면 국내 섬유산업은 다시한번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효성도 최근 구조조정을 본격화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각 사업부문별로 소리소문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올해 단행한 울산공장 구조조정 의미는 무엇입니까?

“선택과 집중입니다. 기업의 흥망성쇠가 있듯이 사업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효성은 일찍부터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갖추고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과감히 투자하고 그렇지 못한 부문은 꾸준히 조정을 해왔습니다. 이번 울산공장의 경우도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폴리에스터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사 협의 하에 추진해 온 것이지요. 효성의 섬유사업은 앞으로 차별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전개에 집중하는 한편 특히 폴리에스터 사업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100개의 제품을 만들어 100원의 이익을 내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앞으로는 10개의 제품으로 100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경쟁력을 갖추는게 중요합니다.”


- 조 PG長께서는 입사이후 줄곳 마케팅분야에서 일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닉네임도 얻었구요. 최근 효성은 전시전 마케팅을 통해 세계에 섬유제품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최근 협력업체들과의 윈윈전략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마케팅 방향을 말씀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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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귀재’라는 말은 과찬이십니다. 지난 수년간 전시회를 통하여 Creora, Mipan, Aerocool 등의 브랜드와 효성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고 성과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는 지난 수년간의 전시회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가 높은 전시회를 선별· 참가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협력업체와의 윈윈전략으로 생산과 영업을 도와주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Technical Service Center(TSC) 확대와 고객밀착경영을 통하여 각 부문별로 파악된 고객의 Needs를 곧바로 제품개발에 연결시켜나가고 있어요.
특히 종전 클레임에 대한 After Service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Technical Service를 적극 강화, 문제점을 사전에 보완시키는 등 제품의 성공률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와 중국의 TSC이외에 유럽과 미주까지 TSC 설립을 준비중에 있으며 사내 자체양성을 통해 많은 전문인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효성의 글로벌 마케팅 전진기지를 활용하여 세계 각 지역의 섬유정보를 협력업체에 빠르게 전달하고 협력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연계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Value Chain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 Retailer· Fashion House·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협력업체의 제품을 연결시키는 연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또한 세계적인 유명 Brand와 공동 마케팅을 전개, 우리 고객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구매하는 인프라 구축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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