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구조 개선 해야지요"

경세호 회장 경력
▲1957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섬유공학과 졸업
▲1961년 영국 LEEDS대학교 대학원 수학
▲1966년 삼호방직 (주) 상무이사
▲1971년 풍한방직(주) 상무
▲1975년 효성물산(주) 상무, 전무
▲1978년 원미섬유공업(주) 대표이사
▲1984년 쌍방울 상사 (주)대표이사 사장
▲1987년 현 (주)가희 대표이사 사장

▲1986년 한국 섬유공학회 부회장
▲1990년 현 한국 면방 공업 협동조합 이사장(재임중)
▲1992년 산업 금융 민간 협의회 위원
▲1995년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 이사
▲1999년 중견기업 특별위원회 위원장
▲2001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자문위원장
▲1994년 철탑 산업 훈장


지난 반세기동안 섬유·패션 한우물을 파온 업계 지도자 경세호 (주)가희 사장(73)이 박성철 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 섬유산업연합회 제10대 회장에 취임했다.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세계 섬유학회가 세계 각국에서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한 살아있는 50인중에서 금년도 영예의 수상자로 뽑힐 정도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는 정확히 47년간 섬유·패션 외길을 걸어온 원로 기업인.
지난 57년 서울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후 대전방직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섬유와 인연을 맺은 그는 삼호방직 상무·효성 전무·원미섬유 사장·쌍방울상사 사장을 거쳐 87년 (주)가희를 설립해 세계 최고품질의 면방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면방에서부터 섬유무역·기획·어패럴·봉제·패션 전 분야를 섭렵한 탁월한 능력가인 경 회장은 이론과 기술·경영·마케팅 모든 분야를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고 있는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론과 실물의 권위자이자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그가 뒤늦게나마 위기의 섬유산업 구원투수로 등장함으로써 섬유산업 중흥 정책과 섬산련 운영에 많은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섬산련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산자·노동·교육 등 3개 부처 장관과 함께하는 인적자원 협의제 출범식에 참여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보내면서 향후 섬산련 운영과 관련해 장고에 들어간 경 회장을 본지 조영일 발행인이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 경제 6단체장인 섬유업계 수장이 되신 걸 다시 한번 축하 드립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이 자리는 제가 원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세계 최고 품질의 면사를 만들어서 고객만족 시키는게 임무이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섬산련 회장을 맡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봐요. 그러나 기왕 맡은 이상 분골쇄신의 각오로 섬유산업 재도약을 위해 전력투구하겠습니다."
-능력과 지도력·식견 등을 감안하면 언젠가 한번은 맡으셔야 했지 않습니까.
"사실 연부역강한 박성철 회장께서 가장 어려울 때 훌륭한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그동안 주위에서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총회 닷새 전까지 제가 박 회장과 별도로 서민석 회장과 김영호 회장을 설득하며 섬산련 회장을 맡으라고 강권하다시피 했어요. 결국 그분들이 끝내 고사해서 하는 수 없이 제가 멍에를 진 겁니다."
-좋은 일이 한꺼번에 겹친 것 같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섬유학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되지 않았습니까.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계 각국의 섬유 업계에서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한 살아있는 50인중에서 제가 그들을 대표해 금년도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저 개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섬유인 모두에게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상자는 종신회원이 되는 영예가 뒤따르는데 안타깝게도 '프리뷰 인 상하이' 행사가 겹쳐 22일 미국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어요. 대신 정중하게 사과 서한을 보냈습니다만...."
-섬유업계 지도자로써 평소 어떤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 하셨습니까.
"저는 무엇보다 섬유인들의 사기를 올리는 일이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섬유를 집중 지원하는 정부가 있었고, 은행이 도왔지만 지금은 믿을 곳이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자포자기 적인 체념이 만연되고 있어요. 우선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섬유인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그래서 투자가 일어나도록 앞장설 생각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취임사에서 향후 섬산련 운영과 섬유산업 중흥을 위한 이른바 5개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총론은 그렇다고 해도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각론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요.
"그날 총회에서 들으셨겠지만 섬산련 회장 수락연설을 통해 5개 원칙을 선언했습니다. 현재 섬유·패션산업의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개선하고, 둘째 수출진흥과 내수진작을 적극 유도하고, 셋째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주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의류·패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과 함께 국제통상 관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침입니다.”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먼저 고비용 저효율 구조개선 방안부터 설명해 주시죠.
"섬유·패션산업 모든 구조가 아직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국제 경쟁력이 없는 것입니다. 생산구조나 마케팅·조직관리 전 분야가 그 대상이 되겠지요. 이것을 바로 잡지 않고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것은 현재의 산업구조·관행·제도 전 분야에서 심도있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의 예증으로 섬유·패션산업의 통계 체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등 모든게 주먹구구식입니다. 이 또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고 보는 것이지요.”
-수출진흥과 내수진작은 듣기에 따라 극히 원론적인 얘기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우리 섬유산업은 수출의존도가 크고 수출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봅니다. 문제는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지요. 저는 노력하기에 따라 가능하다고 봅니다. 또 내수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내수진작을 위한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복안이 있지만 차차 세부 계획을 밝히겠습니다.”
-기술혁신·인재양성도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명제가 설정되기만 했지 이것을 실천하고 확인하는 일은 소홀히 해온게 사실입니다. 기술혁신·시설투자·인재양성 없이 섬유산업의 미래가 있다고 보십니까. 구체적으로 우리 섬유산업의 가장 비관적인 요소는 최근 수년간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연리 2∼3%짜리 이자조건으로 투자하지 못하면 언제 합니까. 과거에는 연리 20%이상 부담하고도 투자해서 기업운영을 얼마든지 했습니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길 바랄순 없습니다. 신념을 갖고 투자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술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특별한 복안이라도 있으십니까.
"꼭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기술개발 과제를 선정해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솔직히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누구라도 서류만 그럴듯하게 꾸미면 자금을 딸 수 있는 이런 제도로는 낭비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죠. 차라리 국내 처음, 또는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한 실적에 대해 과감히 지원하면 누구든지 열심히 기술개발하지 않겠습니까. 현재처럼 서류 잘 만드는 사람이 자금지원 받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장난칠 요소가 너무 많은 제도적인 헛점입니다."
-의류·패션분야의 집중 육성을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 하겠습니다.
"우리 나라 섬유산업이 지속적으로 안정성장 하기 위해서는 의류·패션산업이 공동화되지 않고 제대로 존속돼야 가능합니다. 그래야 면방·화섬·직물·염색 각 분야의 연관산업이 동반 발전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동안 우리 섬유업계는 의류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타 스트림간에 없었어요. 의류·어패럴 산업이 죽으면 업·미들스트림이 동반 쇠퇴한다는 점을 너무 소홀히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5개 항목 모두를 중시하지만 그 중에서도 의류·패션산업 중흥에 가장 많은 노력을 경주할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봉제와 의류·어패럴 산업에 대한 개념 정리를 분명히 하자고 강조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봉제산업과 의류산업을 확실히 정의해야 합니다. 80년대 초 당시 이동찬 코오롱그룹 회장이 섬산련 회장으로 계실 때 섬유산업발전 7개년 계획을 만들었어요. 그때 평가회의에서 봉제산업은 경쟁력이 없어지니까 직물산업을 중흥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당시 평가회의에서 제가 강력히 주장했어요. 봉제산업은 단순한 임가공 위주이고 이것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하청기지를 가리키는 말이며 의류 또는 어패럴 산업은 패션산업과 연계되기 때문에 봉제란 구시대적 용어를 버리고 의류 또는 어패럴 산업으로 불려야한다고 제가 고집했지요. 또 당시 기준으로 5000억원 규모를 의류산업 육성에 써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만 관철되지 못했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 오늘의 의류 또는 어패럴 산업으로 많이 통용되고 있는데 이 산업이 고부가 가치 산업임을 제대로 알고 육성시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국제 통상관계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쿼터가 폐지되고 섬유교역이 자유화되면서 세이프가드나 엔티덤핑제도 등의 국제간 마찰이 더욱 빈번해 질 겁니다. 더구나 FTA체결 국가가 늘어나면서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과 대응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엄청난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면방 기업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개성공단 섬유단지 조성에 각별한 관심과 의욕을 표시해 오셨습니다만.
"개성 섬유공단은 위기에 몰린 우리 섬유산업의 마지막 르네상스를 기대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호기라고 봅니다. 비롯 정치적으로 불안요소가 있지만 리스크 부문은 정부가 안전장치를 보강하도록 해야되고 그 바탕 위에서 대규모로 실현돼야 합니다. 어느 산업보다 섬유산업이 많은 면적을 차지해야 하고 섬유산업중 에서도 의류산업쪽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야 합니다. 의류생산단지만 제대로 가동되면 면방·편직·대구직물·염색관련산업이 연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섬산련이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추진위원회나 추진본부를 발족시킬 계획입니다."
-섬산련 운영체제에 대한 개편방안을 구상하신 걸로 듣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는 이사회와 별도로 회장단 회의를 통해 효율적인 운영을 해왔는데 다른 구상을 갖고 계십니까.
"기본적으로 저는 앞으로 섬산련 운영을 이사회 중심으로 끌고 갈 생각입니다. 회장단 회의 장점 못지 않게 비판 여론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보다 조직이 훨씬 큰 중소기업중앙회도 부회장이 4명밖에 없습니다. 섬산련도 회장 유고시나 부재시 회장을 대행할수 있는 극소수 인원으로 줄이고 대신 이사회를 활성화시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하신다고 하지만 매월 이사회를 열만큼 의견 안건이 있겠습니까. 대부분 대리참석자가 많은 것이 현실인데요.
"일을 하려고 보면 이사회 의견 안건이 많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또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은 이사 구성에서 배제하는 것도 고려해야 됩니다. 이름만 걸어놓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되는 것 아닙니까."
-섬산련 운영체제나 사무국 운영도 변화가 따르겠군요.
"아직 상근책임자가 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우선 모든 운영을 분과위위원회를 구성해 실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회장은 전체적인 지침만 주고 분과위원장 책임 하에 운영토록 하고 그대신 회장은 목표와 실적·진행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고 확인할 생각입니다. 물론 섬산련 사무국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원천적으로 시정할 생각이고요."
-화제를 바꿔 솔직히 우리 섬유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확신합니다. 일본과 저희는 다릅니다. 일본은 첨단산업이 워낙 발달해 섬유산업을 다시 전성기로 끌고 가기 어렵지만 우리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틈새시장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과 부딪치지 않는 차별화·특화 전략을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마련하느냐가 관건이지요. 그 같은 대전제에서 저의 남은 인생에 마지막 봉사 기회로 삼고 전력투구할 생각입니다."
-면방조합을 직접 만들었고 초대때부터 이사장을 맡아 오셨습니다. 최근에는 대방 등의 모임인 방직협회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셨다면서요.
"면방조합은 후임자가 마땅치 않아 오래 동안 맡아 왔지만 섬산련 회장이 된 이상 물러나야죠. 방협에 가입한 것은 저희 회사 규모보다 작은 곳도 가입돼 있어 오래전부터 가입권고가 있었지요. 또 섬산련 회장을 수행하자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입장에서도 일을 해야되기 때문에 가입한 것입니다."
-끝으로 가희의 코스닥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지난해에도 이익 많이 냈습니까.
"며칠 후 주총이 예정돼 있습니다만 작년보다 60%이상 순익이 늘어났어요. 직원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죠. 주가가 오른 것은 섬산련 회장과는 무관합니다..."(웃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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