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으로 성공한 영원무역은 명실상부한 세계최대 의류 생산 수출업체. 2004년 기준 매출 4200억원, 국내외 종업원 4만명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부채비율이 40%도 채 안돼는 건실한 상장기업이다.
창업자이자 오너인 성기학 회장(57세)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경영의 1인자로서 의류수출 경영의 귀재로 통한다. 부산고와 서울상대를 졸업, 스웨터 수출업체이던 서울통상에서 잠시 근무하다 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한 그는 세계경영으로 성공한 독보적인 기업인.
의류수출의 전성기였던 80년대 초 아무도 눈뜨지 않던 해외투자를 과감히 실행해 방글라데시에 세계 최대 봉제공장을 설립한 그는 세계적인 아웃도어·스포츠웨어 전문업체로 명성을 쌓은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다. 세계시장을 읽는 통찰력이 뛰어난 탁월한 경영능력과 강력한 카리스마 못지 않게 인간적인 정념이 강해 단체나 개인의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거액을 쾌척하는 인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통큰 기업인이다. 창업 30년동안 한우물만 파온 그는 1년 중 8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25시를 뛰고 있는 열정의 기업인. 잠깐 짬을 낸 성 회장을 구랍 29일 낮 만리동 영원무역 본사 집무실에서 本紙 조영일 발행인이 만나 신년 대담을 가졌다.

-회장님 표정을 보는 순간 영원무역의 올해 경영성과가 우등생인 것 같습니다. 건강해 보이면서 은연중 성취욕도 엿보이고요.
"그렇게 보입니까. 고맙습니다. 실은 중국 청도 공장에서 어제 돌아왔는데 때마침 혹한이라 감기기운이 있습니다. 좀 콜록거리지 않습니까…"(웃음)
-농담같은 질문하나 하겠습니다. 고향인 경남 창녕의 거부(巨富)집안 4남으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하고 의류수출에 진출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별걸 다 아시네요. 70년 대학졸업 후 군대를 다녀와서 첫 직장을 당시 스웨터 수출업체인 서울통상에서 시작했어요. 수출 영업부에서 신입사원답지 않게 많은 실적을 올렸지요. 당시 선두회사인 혜양섬유와 경쟁에서 제가 오더를 많이 땃지요. 오죽하면 바이어들 사이에서 혜양섬유 킬러라고 불렸겠어요.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영원무역을 출범시켰는데 처음엔 저희도 스웨터로 시작했습니다."
-아웃도어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신 특별한 동기가 있었습니까.
"아시다시피 스웨터 생산구조는 하청·재하청 구조인데 재하청쪽에서 자꾸 사고를 일으키더군요. 예를 들면 몸판은 완성됐는데 어깨쪽 하청제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논딜리버리로 낭패를 보기 일쑤였어요. 그러니 접을 수밖에요. 지금도 스웨터에 대한 기술이나 관심은 누구못지 않다고 봅니다…"(웃음)
-본론으로 들어가 우선 금년 장사의 성적표는 어떻습니까.
"괜찮았어요. 하반기 후반부터 환율이 급격히 떨어져 다소차질은 있었지만 수출과 내수 모두 합쳐 약 42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니 작년보다 16%정도 증가했습니다. 이익률도 괜찮은 편이었죠. 특히 수출외에 내수 매출이 1000억 정도 됐는데 말씀하신 대로 성적이 우등생이었어요."
-새해에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다고 합니다만 내년 목표는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각 사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저희는 내년에도 상당한 공격경영을 할겁니다. 환율이란 복병이 문제입니다만 중국 청도 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베트남 공장도 부분가동에 들어가니까 충분히 뒷받침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숫자로 명기하기는 어렵지만 수출은 4억5000만불, 내수를 1200억원 정도로 잡고 있으니까 평균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섬유쿼터가 폐지되면 세계섬유교역에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 하지 않을까요.
"흔히 지난 40년간 세계 섬유교역 질서를 유지해온 쿼터제가 폐지되면 대지진이 올 것으로 우려합니다만 국가나 기업별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분명한 것은 국내에서 생산된 섬유·의류는 가격경쟁에서 견디기 어렵겠지만 해외 오프쇼어 공장들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런 대전제에서 일찍이 글로벌경영에 치중해온 회사들은 오히려 호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쿼터가 폐지되면 공급이 늘어날 것이고 쿼터차지가 없는 대신 가격은 많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 아닙니까.
"물론이죠. 아마 수출가격이 많게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그 같은 가격추락을 극복하고 경쟁하면서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겠지요."
-비결이 무엇입니까.
"일반 레귤러제품에 의존한 회사는 가격인하 쇼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만, 원가절감을 위해 내부적인 구조조정과 원부자재 현지조달을 비롯해 라인 구조조정 등 마른 수건 되 짜는 전략으로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회사는 2004년에도 가격을 내린 일이 없습니다."
-영원무역이 높은 단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자랑 같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거래선은 아시다시피 '나이키'와 '노스페이스' 그리고 '팀버랜드' 등 최고 브랜드를 자랑하는 5개사가 주 거래선이에요. 유명 고급브랜드는 가격저항이 덜한 것 아닙니까."
-그 같은 초일류 브랜드의 장기 공급이 가능한 특별한 전략이 있습니까.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평범한 얘기로 저의 경영철학인 고객제일주의입니다. 창업 당시부터 저희 회사의 기본 방침은 '퀄리티는 타협이 없다'는 대원칙을 고수해왔고, 여기에 글로벌 전략이 적중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요. 세계 유수의 브랜드나 유통업체와의 신용이 단시일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속결하려는 조급증은 안됩니다."
-미국의 대형 바이어들의 동향을 보면 대규모 공장에 오더를 몰아주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원인은 두 가지라고 봐요. 소비자 니드가 짧아지니까 대량 오더까지 숏딜리버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만약 오더불이행 시 위험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대규모 오프쇼어 공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갈수록 상대적 빈곤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하나의 사례로 방글라데시도 3000개 가까운 봉제공장이 이 같은 추세 때문에 700여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세계 의류봉제시장을 싹쓸이 할 것으로 보는 중국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또 베트남도 급부상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보도된 대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에 대해 많은 견제가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주요 인기품목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동이 기정사실이고, EU또한 같은 보조를 취하고 있지요. 그러나 예단하기 어려운 것은 중국만이 갖고 있는 협상력입니다.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들이 많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견제가 용이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베트남의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제를 바꿔 영원무역의 글로벌 소싱의 간판은 방글라데시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코리아는 몰라도 영원무역은 안다고 합니다. 특별히 그곳을 선택한 동기가 있습니까.
"지난 80년 합작으로 진출했다가 87년 단독투자로 바뀐 방글라데시는 다카와 치타공 두 지역에 350개 라인 3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지요. 그 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이니까 그런 소문이 나온 것입니다. 진출 동기는 교역환경이 좋고 저임에 양질의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중시한 것입니다. 임금 수준이 중국보다 유리했고 더구나 EU나 일본 등에서 무관세 혜택을 주고 있는 장점이 있었어요. 현재도 잘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 지속해서 안정가동을 유지할 것입니다."
-또 다시 9000만달러 규모를 투자해 중국 청도와 베트남에 대규모 공장을 착공하셨는데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청도 공장은 대지 7만평에 건평 4만평, 180개 라인·종업원 1만2000여명 규모로 착공해서 현재 거의 완공단계입니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입니다. 어제도 다녀왔는데 본건물은 거의 완공됐고 막바지 부대시설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공장은 어느 규모입니까.
"하노이에서 약 200km 정도 떨어진 남딘이라는 곳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내년 중에 완공 예정입니다만, 이곳엔 90개 라인에 종업원 1만명 정도를 고용하게 됩니다."
-중국 칭따오와 베트남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에는 영원무역의 해외공장 규모가 어느 정도로 늘어나게 됩니까.
"기존 멕시코와 엘살바드로 공장까지 합쳐 방글라데시, 중국 청도, 베트남을 포함하면 자체공장만 총 660개 라인에 6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보유하게 되지요."
-새해에 줄잡아 의류 수출에서만 4억 5000만달러 규모가 낙관 시 된다면 2010년 이전에 10억불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외형 위주로 경쟁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순리대로 열심히 하다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겠습니까."
-1년이면 8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하고 계신데 그렇게 장기간 본사를 비워도 지장이 없습니까.
"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저희 회사는 2년 전부터 화상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건 남미에 있건 아시아에 있건 상관없이 매일 본사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현재 해외공장과 지사를 포함해서 20여 곳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취미생활이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골프도 안치신다면서요.
"골프는 아예 손을 대지 않았어요. 시간이 있으면 가끔 산에 갑니다만 그것도 잘 안돼요. 평상시 잠깐잠깐 토막 잠을 잘 잡니다. 건강은 타고 난 것 같아요. 일하는 것 외에 특별한 취미생활은 없습니다. 굳이 밝히라면 카메라 만지는 것 좋아하는 편입니다…"(웃음)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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