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04/05 F/W SFAA 서울 컬렉션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모두 19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패션계의 거장들과 함께 신진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해 신선하고 독특한 무대를 선보였다.패션계에 복고의 바람이 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올해는 유난히 짙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눈에 띤다. 손정완, 김선자, 설윤형, 신장경, 오은환, 이상봉, 루비나 등 상당수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테마를 복고로 선택했다. 과거의 복고는 어느 특정시대를 재해석했다고 한다면 이번 컬렉션에서는 20년대부터 60년대에 유행했던 룩들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무대였다. 허리라인을 강조한 스타일이나 30년대의 롱&슬림의 형태, 40년대의 뉴룩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한혜자의 쇼는 무대를 재즈 음악이 흐르는 사교계 파티장으로 연출하고, 가수 이은미씨의 재즈 라이브로 쇼의 대미를 장식하는 등 풍요로웠던 시대에 대한 향수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번 컬렉션의 컬러가 매우 다양하고 화려한 가운데에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블랙의 사용이 많아졌음을 뜻한다. 그 동안 빈티지 강세에 밀려 많이 사용되지 않던 블랙과 브라운, 와인컬러 등이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다시 전면에 나올 것이 예상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불고있는 웰빙 열풍은 컬렉션에서도 여지없이 반영이 되었다. 점점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함께 추구하자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편안한 라인의 의상이 많이 선보였다. 통이 넓은 모직바지나 니트류, 면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실루엣을 나타냈으며 집안에서나 거리에서 모두 입을 수 있는 옷이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는 독특한 테마가 눈에 띄었는데 박윤수는 '섹스앤더씨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를 모델로 삼아 자유롭고 도시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 쇼는 내내 화려한 컬러로 대중을 압도했으며 뉴욕의 세련된 스타일이 잘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작년 말부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은 '메트로 섹슈얼'을 테마로 한 장광효의 쇼는 기존 남성성을 완전히 뒤엎었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정장, 섬세한 비즈 장식이 들어간 부츠와 코트, 여성적이면서도 강한 남성을 보여주는 묘한 실루엣. 이 모든 것이 미래의 남성이 걸어야할 패션코드를 극대화해 설명해 준다.이제 막 패션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번 컬렉션에서 명실공히 스타로 떠오른 최범석은 특이하게도 '정치혐오'를 주제로 삼았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히틀러, 고르바초프,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이나 독재자들의 영상으로 쇼를 시작했다. 모델들은 분장을 통해 굳게 다문 입술과 시선 없는 워킹으로 디자이너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욱 명확히 연출했다. 겉옷의 팔 부분에는 견장과 같은 디테일을 넣음으로써 밀리터리 룩의 현대적 해석을 제시했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이 주를 이루고 포인트 칼라와의 대비를 통해 신세대 디자이너 최범석의 초감각적 패션 코드를 읽을 수 있었다는 평.기존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이번 무대는 재밌게도 모녀 디자이너 3쌍이 눈길을 끌었다. 진태옥·노승은, 설윤형·이주영, 김동순·송자인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머니의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은 딸들은 하나같이 어머니의 패션에 대한 열정까지도 빼 닮았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이 세 커플들의 무대가 관심을 끈 것은 세대간 커뮤니케이션의 연결구도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노승은, 이주영, 송자인은 어머니의 이름 위에 새로운 2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첫 선을 보인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피를 수혈해 컬렉션에 활기를 불어넣고는 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외 컬렉션을 지나치게 답습한 흔적이 상당히 눈에 띄어서 앞으로의 컬렉션이 모방일색으로 점철될까 염려스럽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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