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와 중국간 섬유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쿼터프리 때문이다. 미국·EU는 쿼터 존속에도 불구 값싼 중국산 섬유·의류 때문에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엄청난 무역적자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상황에서 쿼터프리는 독약이라는 판단이다. WTO는 섬유쿼터가 폐지되면 2003년 17%였던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7년에는 5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값 싼 노동력뿐 아니라 원료 자급과 완벽한 생산시스템으로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제품이 잘 팔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이에 따라 툭하면 통상마찰을 빚어온 미국·EU가 쿼터프리를 놓고 예외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산 섬유·의류제품의 무자비한 공세에 맞서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중국의 반격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EU의 협공을 여차하면 자유무역규정 위반으로 WTO제소는 물론 미국산 면화 등에 대한 보복관세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구촌이 쿼터프리 충격으로 총성 없는 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7일 EU가 중국을 향해 "섬유제품의 수출이 급격하게 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경고했다며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미국과 중국이 쿼터(수입물량제한) 존속 여부를 놓고 '섬유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미국섬유제조협회는 이달 말 쿼터가 폐지되면 중국산 섬유와 의류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44%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중국산 섬유제품 수입은 올해 이미 전년보다 22%가량 늘었고 수입액도 900억달러를 돌파했다.미 섬유업계는 "중국산 때문에 생산기반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며 면바지·속옷 등 13개 품목에 대해 중국산의 수입 증가율이 직전 연도보다 7.5% 이상 증가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미 정부에 냈다. 미국 정부도 중국에 새로운 쿼터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산 섬유와 의류 수입량이 배로 늘어난 EU도 비상이 걸렸다.피터 만델슨 신임 EU 무역대표부대표는 최근 로버터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중국의 공세에 맞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EU는 또 지난 8일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섬유업체에 대한 국유 은행의 대출 삭감, 원자재 수입 엄격 제한 등 중국산 제품의 수출 급증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쓰도록 중국 측에 촉구했다. 그동안 EU는 중국 측이 합당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중국산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국내섬유업계 또한 쿼터프리 수혜국이 될지 피해국으로 전락할 것인지를 놓고 노심초사 상태다. 대세는 절대 피해국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내년 섬유류 수출가격은 올해보다 10~15%선 떨어졌다. 또 대형바이어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갔다. 쿼터프리가 가져다준 직격탄인 셈이다.문제는 앞으로 수출가격 하락속도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 중국의 세계섬유시장 점유율이 50% 선으로 높아지면 중국의 기능은 블랙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